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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누드, 모델 김진영씨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아름다운 여체. 도발적인 매력을 품어내는 요염한 요부도, 강인한 힘이 전달되는 여전사도, 모두 한 사람이다.

 

원광대 환경조각과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영씨(31). 작지만 단단한 몸집, 그 안에는 비밀스런 인체에 대한 신비가 있다. 누드모델을 시작한 지 벌써 6년이지만 작가들에게 그의 누드는 여전히 새롭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처음 봤어요. 단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닌, 당당한 프로의 모습이었지요. 그때부터 누드모델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호텔에서 일하던 그가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친구들은 "미쳤냐”는 말로 그를 말렸다. 78년부터 지금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53)도 반대했다. 아무리 짧아도 3분. 과감한 포즈로 몸에 무리가 많고, 편한 포즈라도 한 동작으로 정지하고 있다보면 슬슬 아파오는 곳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누드에 대한 편견때문에 반대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막내딸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반대했다고 한다.

 

그의 데뷔무대는 청년구상작가회 크로키 모임. 어머니가 활동하고 있던 모임에서 그는 첫 신고식을 치렀다.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반응도 좋고 현장에서의 느낌도 좋았어요. 공부를 잘 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내 안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지요.”

 

운동으로 다진 몸이 아닌데도 그의 근육은 날카롭게 살아있다. 재즈댄스를 시작한 후에는 포즈에 대한 평가도 좋아졌다. 그러나 김씨와 그의 어머니 모두를 모델로 그려본 화가들은 풍부한 레퍼토리와 노련함을 지닌 어머니의 누드를 더 선호한다.

 

"획일화된 기준이 아닌, 사람마다 체형에 따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포즈를 취하는 순간만큼은 당당해야 하고, 예술가와의 교감도 중요하지요.”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 것과 감정을 실어낸 포즈는 느낌부터 다르다. 피곤한 날이면 간혹 졸기도 하지만, 그는 포즈를 취하다 다른 생각에 빠지면 동작도 흐트러지고 다음 포즈와 연결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을 하다보면 누드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요. 불편함 보다 오히려 저를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재미있어요. 수업 전날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했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10분만 지나면 다들 진지해져요.”

 

사람들의 '응큼한 시선' 보다 그는 몸을 기어다니는 파리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검게 그을려 속살과 비교될까봐 햇볕 좋은 날에는 긴 소매 옷을 챙기고, 작은 상처라도 날까 몸도 사린다.

 

"직업을 감추고 싶진 않아요. 단지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죠. 불필요하게 술렁이는게 싫어 가끔 직업란에 행위예술가라고 써넣기도 해요.”

 

그는 행위예술을 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인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춤을 추다가, 일상에서 커피잔을 들다가도 마음에 드는 포즈가 있으면 그 느낌을 익힌다. 같은 길을 걷는 어머니와 자신을 모델로 조각을 하다 만난 남자친구는 그에게 큰 힘이다.

 

작가들이 모델의 몸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란 걸 그는 알고있다. 모델 활동 초기에는 그 역시 예쁜 그림을 좋아했지만, 이젠 작가들의 시선이 살아있는 작품이 좋다고 했다. 작가들의 그림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또다른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그는 오래오래 누드모델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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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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