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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회 정기공연 '밤비 내리는 영동교...'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손대중으로 넣은 양념에 매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듯이, 같은 사람이 같은 대사로 열 세 번의 공연을 해도 늘 새로운 맛과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있다. 지난 26일부터 전주창작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창작극회의 제109회 정기공연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연출 홍석찬·작 최치언).

 

13명의 배우들이 다섯 번째 공식 무대를 올렸던 지난 28일. 이 날 공연은 4일 전 시연회(24일 오후 8시)의 난처함과 뻑뻑함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있었다. 주인공 박규현씨(29·연두식 역)는 다양한 표정연기가 인상적이었고, '특별한 성(性)'을 가진 필연남으로 열연한 중견배우 조민철씨(44)도 시연회의 쑥스러움은 찾을 수 없었다. '밤비∼'로 신고식을 치른 기형서(44·시인1 역) 송명옥(22·시인2 역) 최항(20·대답남 역)씨는 새내기 틀을 벗진 못했지만, 무대에서 충분히 자유로웠다.

 

비 내리는 밤 영동교를 찾았다가 복잡한 사건에 휘말린 시인, 연두식의 꼬일 대로 꼬인 기막힌 하루. 교묘하게 얽히고 설킨 주변인들의 일상과 일상의 파괴.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거나 뜬금없이 포복절도하게 하는 대사들과 객석에서 혀를 찰 만큼 사실적인 폭력. 영동교 장면들을 영상으로 처리해 연극을 보며 단편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50대부터 20대까지 배우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것도 큰 매력이다.

 

블랙코미디·부조리극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지난해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이 주최한 제1회 우진창작상 희곡현상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일상어의 무차별적인 사용, 상황과 상황의 쌍방향 진행, 충돌하고 비틀거리는 장면 등 작가의 문체와 구성력은 극의 가치를 더했다.

 

그러나 관객의 표정을 보며, 질을 따질 겨를 없이 마치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는 연극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서운하다. 무분별한 고성과 욕설의 과장된 사용, 억지스런 말장난도 한번쯤 되짚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욕심 많은 제작진이 움켜쥐고 있는 일부 장면과 대사들이 곁가지처럼 느껴져 극이 다소 산만하고 늘어지는 것도 좀 아쉽다. 대중적 요소와 재미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커다란 줄거리를 놓친 것은 아닌가, 싶다. 소통의 부재를 거론하는 이 작품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제작진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재미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연두식, 필연남, 소외남, 우산 없는 남자, 주연미, 시인, 질문하는 남자, 검은 바바리남자씨, 노랑바바리여자씨, 대답남, 미아리파 부두목 등 독특한 캐릭터들은 다음달 4일까지 무대에 오른다(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오후 4시·7시). 문의 063)28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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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우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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