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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도]그림 그리는 전북대 정영숙교수

간호학과 미술의 공통점은 남을 돕는 아름다움에 있다고 말하는 전북대 간호학과 정영숙 교수.../이강민기자 이강민(lgm19740@jjan.kr)

 

"고 3때 미대가 아닌, 간호학을 결정했어요.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던 슈바이처 박사가 돌아가셨다는 신문을 보고나서였죠. 내 인생에서 간호학은 내가 해야할 소명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러면서도 그림을 잊을 수는 없었죠. 그림은 내 인생의 기쁨이고 활력소입니다.”

 

지역사회 간호학을 전공한 전북대 간호학과 정영숙 교수(56, 보건간호사회 전북지회·전북여류화가회 회장).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교수의 전공이지만,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그림으로 채워진다. 간호학과 미술의 공통점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림을 그려내는 것 만큼 아름답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어렸을 때는 미술은 개인적인 즐거움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간호학은 여러 사람을 돌볼 수 있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다고 생각했지요. ”

 

1972년 서울에서 가졌던 첫 개인전. 그는 수익금 전액을 거제도지역사회개발건강원 x-ray 이동촬영기 구입기금으로 기증했다. 88년 전주에서 열었던 두번째 개인전 수익금은 해외선교기금으로, 93년 세번째 개인전 수익금은 기독간호사회를 통해 네팔과 방글라데쉬 선교기금으로 사용됐다. 간호학과 미술, 그리고 종교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정교수 인생의 소중한 단편들이다.

 

14년 전 고향 전주에 내려온 그는 박남재·이동근·강정진씨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죽고나면 내 영혼이 전북을 내려다 보면서 '여기도 저기도 온통 내가 그린 곳이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교수는 그림 그리기 참 좋은(풍경이 아름다운) 고향에 내려오면서 부터 그림도 저절로 아름다워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연을 그린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대상을 이해하고 좋아해야는데,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어렵고도 힘들다. 항상 곁에 있으면서도 무궁무진한 맛이 있는 자연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에게 신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소재를 주목해 섬세한 묘사에 치중했던 초기 작품들에 비하면 그의 화면은 변했다. 자연에 애정을 가지게 되니, 붓이 자유로워지고 색도 과감해졌다. 자연의 생명력은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정교수만의 개성으로 숨쉬고 있다.

 

"그림을 계속 해야될지 갈등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학교 일로 바빠서 그림에 손을 대지 못하면 생활이 지치고 짜증이 나요. 그리는 것이 힘들거나 한계가 느껴질 때면 조용히 때를 기다려요.”

 

2000년, 건강이 나빠진 탓에 그는 마지막 전시라 생각하고 개인전을 가졌다. 20여년 동안 그린 작품들과 틈틈이 써놓은 짧은 글들을 곁들여 화집도 펴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비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언젠가는 병원 입원실마다 평화로움이 담긴 그림이 걸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 아들과 딸 중 한명은 꼭 미술을 선택하길 바랬다는 그가 믿고있는 예술의 힘이다.

 

"금연사업을 할 때면 꼭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담배를 끊겠다고 말하라고 그래요. 일을 그만 두기 전에 괜한 말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놓지 않으면 또 욕심을 부려 연장 할 것 같아요. 내년에는 교직에서 물러나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기로 했습니다.”

 

정년까지 아직 여유가 있지만 그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접기로 했다. "나름대로 사회와 교육에 열심히 봉사했다”는 정교수는 이젠 하고싶은 일을 찾아 본격적으로 그림에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이 두려운 사람들은 '지금'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쉼없는 열정을 품고있는 정교수에게 '다음'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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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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