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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사채폭력 뿌리뽑아야 한다

엄철호 익산본부장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은 고리대금업자의 원조격이지만 실패한 돈놀이꾼 이었다.

 

그는 베니스의 거상 안토니오에게 급전을 돌려주면서 기일내에 갚지 못하면 가슴에서 살 한 파운드를 베어낸다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그 단서가 화근이 되어 돈을 받기는 커녕 재산을 몰수 당하고 나라에서 추방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가장 객관적이고 냉철해야할 채권 채무자의 관계에 감정을 개입 시켰기 때문에 화를 당한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에 나오는 정선 양반은 대책도 없이 정부의 양곡을 꾸어다 먹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 마지막 수단으로 양반 신분을 팔아 먹는다.

 

이렇다할 경제 활동도 없이 빚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양반의 신세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연암은 ‘허생전’에서는 채무자 허생과 채권자 변부자의 담보없는 신용 거래 과정을 설정해 허생의 아이디어와 변부자의 자금이 엄청난 이윤으로 되돌아 오는 긍정적인 금전 관계를 잘 그려냈다.

 

허생과 변부자의 돈거래가 채무자의 신용과 상환능력, 채권자의 통 큰 투자로 이루어진 환상의 거래였다면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맹상군과 그의 식객 풍환이 그려낸 한편의 삽화는 돈놀이의 도덕성과 정치성을 함께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맹상군은 자신의 식읍에 돈을 풀어 제때에 갚지 않아 요즘말로 유동성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맹상군의 지시로 이자를 받으러 간 풍환은 채권자의 현지 실사를 통해 원리금 상환 능력이 있는 채무자들에게서는 지불 각서를 받고 아예 변제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에게는 빚 탕감을 선언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풍환에게 언짢은 표정을 짓는 맹상군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받을수 있는 돈은 확실한 날짜에 받고 받을수 없는 돈은 과감히 포기해 가난한 백성이 주인님의 명성을 칭송하도록 했습니다.”

 

샤일록만 있고 변부자와 풍환이 없는 요즘의 돈 놀이 세태와 잘 비교되는 한 토막의 얘기들이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층을 파고들어 급전을 빌려주고 원금의 몇배나 되는 이자를 갈취하면서 종단에 폭력까지 일삼는 악덕 사채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본보 9일자 보도).

 

엊그제 경찰에 구속된 악덕 사채업자들을 보면 그들의 수법이 너무 간교하고 흉포한데 놀라지 않을수 없다.

 

아니 그들의 돈 놀이 수법을 보면 사채업자라기보다는 거머리나 독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무등록 대부업체를 차려 놓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속칭 꺾기이자를 적용하여 연 365%(월 30%)의 살인적인 고율의 이자를 받아 불과 1년10개월만에 서민들이 평생 쳐다보기도 힘든 수십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것은 고리의 사채를 쓸수밖에 없었던 서민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피 멍들게 한 증거이다.

 

더우기 이들 사채업자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하게 위해 가명을 사용한 교활함을 보인 가운데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감금을 하여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마저 서슴지 않았다는 범죄 사실을 접할때 아직도 고리 사채에 시달리고 있을 수많은 서민들이 느낄 중압감을 헤아릴 수 있겠다.

 

이번 익산과 군산 지역에서 드러난 악덕 사채업자 폭력및 횡포 사건을 계기로 도내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사채 폭력에 대해 사법기관은 다시한번 보다 강력한 근절 방안을 세워 단속에 나서야 한다.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 생활에 사채업자들의 간교한 횡포와 법을 무시한 폭력이야말로 공권력이 나서서 반드시 뿌리뽑아야할 사회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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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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