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연 사회부장
10년전 일이다.
경제부 출입기자시절 은행지점장치고는 유달리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친분이 있었던 지점장이 있었다.
조흥은행 A모지점장은 평소 좌우명을 묻는 기자에게 늘 입버릇처럼 정심정행(正心正行)을 말하곤 했다.
올바른 마음가짐에서 올바른 행동이 나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다.
사회가 어지럽고 온갖 비리가 난무하는 것은 사람들이 정심을 잃고 사심(邪心)에 빠져있기 때문이지, 옛 선비들처럼 안분지족하는 삶을 살아야지 너무 욕심을 내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하기 때문에 사회가 갈수록 혼탁해 진다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새삼스럽게 이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최근 온갖 비리에 연루, 검찰에 구속된 공무원과 기업대표들의 한심한 작태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개발공사 간부 2명이 배임 수재혐의로 구속됐다. 전북개발공사는 전북도의회 감사에서 용역비 과다계상과 회계처리 미흡등 7건의 시정사항과 수의계약 부적정등 8건의 주의조치를 받는 등 공기업으로서 의미를 무색케 하는 복마전으로 비쳐지고 있다.
감사원발표에 따르면 민선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설립된 38개 공기업 가운데 29개가 만성 적자이거나 거덜이 난 상태라고 한다.이런 지방공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갔을까.
더 안타까운 일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지사 경선 비리와 관련해 강지사측 선거캠프 핵심참모인 기획홍보실장과 여성당직자가 쇠고랑을 찼고 월드컵골프장 운영자인 전주월드컵개발 공동대표도 잇따라 구속됐다.
또 무주 남대천 수해복구공사 비리의혹과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도내 굴지의 건설업체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영어의 생활을 하게 됐다.
지난 97년 도지사 관사에서 이른바 F1그랑프리 대회와 관련해 세풍그룹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유종근 전 전북지사 역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프레스코로부터 뇌물을 받아 낙마한 최락도의원을 밀어내고 혜성처럼 나타나 전북도정의 최고책임자에 오른 유전지사의 말로도 참으로 비참하기 짝이 없다.‘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사심을 채우는 데에는 국가공복인 공무원도 빠지지 않았다.
직위를 이용해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유리한 평가기준을 적용해 공사를 수주하게 하는 방법으로 친인척에게 부당이득을 취득케 하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병원과 보험사가 짜고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기간을 터무니없이 연장해 보험료를 타내는 수법이나 견인차업주가 교통사고 차량을 유치해 올때 정비사가 차량견적가격의 20%를 먼저 지급하고 보험사에 보험료를 과다 청구해 타먹은 수법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낱 미물인 지렁이도 제몸의 해를 피해 이로움을 향해 갈 줄 아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중에는 파멸이 뻔히 보이는 데도 눈뜬 장님으로 악의 구렁텅이를 가서 제몸을 망치고 일을 그르치는 것이 허다한 것을 볼때 안타깝기 짝이 없다.
사회 곳곳에서 저질러진 이같은 비리는 결국 사심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정심정행(올바른 마음가짐에서 올바른 행동이 나온다)을 하지않는데서 비롯된다.
새해를 맞아 권모술수보다는 정심정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회가 건강한 기운으로 충만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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