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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홍대앞에서 지역문화를 생각하다

서울시가 홍대앞을 문화지구로 설정하려고 하자, 지역상인들 뿐 아니라 그간 자생적으로 예술활동을 해온 기획자들과 청년에술가들 역시 자신의 몫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대앞 문화의 수혜자는 둘째 치고, 홍대앞 문화를 만드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많은 이들이 홍대앞의 청년문화인, 예비예술가 등을 지목하지만, 상인들 역시 지역문화의 경관과 이야기거기를 만드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배타적인 목소리만으로, 지역문화적 소재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문화적 지역공동체가 성장하거나 고유한 지역문화적 삶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곽 같은 생각을 해본다. 만일 홍대앞 예술가들이 사라지면 홍대앞 문화가 존속할까. 이들이 모두 제주도 서귀포시의 이중섭거리로 집단이주한다면? 당연히 더 이상 홍대앞 문화의 특질은 남을 수 없고 ‘홍대앞’이라는 딱딱한 울타리와 간판만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서는 이떤 일이 일어날까. 그곳이 홍대앞문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그 지역주민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야 하는 홍대앞 문화출신의 예술가에게는 새로운사건들이 기다릴 것이다. 그들은 이전의 이중섭거리 문화가 아니라, 존재하지 앟았던 새로운 이중섭거리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역문화의 이러한 원리는 어디에도 적용된다. 자치단체가 지역문화 예술인의 가치를 충분히 존중해주지 못 할 때, 만일 홍대앞 문화인들을 지원해주고자 하는 다른 지역으로 모두 이주한다면? 홍대앞 예술가들이 전국적인 공모를 통해 자신들이 이주할 자치단체를 모집한다면? 있을 법한 미래의 시나리오다.

 

물론 이 경우 이들이 찾아간 곳에서는 홍대앞 문화가 아니라, 그 지역과 교호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임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곳으로 갈 때 홍대앞의 간판을 갖고 갈 수는 있을지언정, 그 내용을 갖고 갈 수는 없다. 홍대앞의 내용물을 갖고 가 이중섭거리에 펼친다 해도, 그것은 더 이상 ‘홍대앞답지 않다.’ 이중섭거리에 가서는 이중섭거리의 법을 따르고, 제주에서는 제주문화의 관습에 영향받아라. 예술가들 혼자 만든다고 착각했던 것은 모두 그 지역의 주민공동체와 함께 만드는 산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홍대앞 예술인만으로도, 홍대앞이라는 공간만으로도, 지금 낳은 이들이 매력적으로 여겨온 고유한 홍대앞문화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청년문화를 본질로 하는 홍대앞 사람들은 35세가 넘으면 활동가들을 ‘고려장 시키자’는 농담도 한다. 그 정도로, 참신했던 젊은 지역활동가들이 나이들고, 고집을 세우고, 또 기득권이 되어간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늘 그러하듯, 청년문화를 만들어가던 그 사람들이 함께 늙어가며 성장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홍대앞문화가 독보적으로 지속되어야 할 청년문화라고 보는 뾰족한 생각보다는,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삶의 공동체가 되려는 꿈을 꿀 수도 있다.

 

홍대앞이 인디문화의 메카로 성장할 수도 있겠으나, 홍대앞 지역세서 한 세대의 언더문화 활동가들이 성장한 후 그 지역을 탈출한다면 10년 후 이곳은 현대적 문화사조를 벗어난 전통문화의 거리가 될 것이다. 이처럼 지역문화를 기획하고 창출하기 위해 우리가 고민하고 선택할 요소는 참으로 많으니, 지역문화의 앞날을 모색하는 일은 도전할 만한 멋진 일이다.

 

/안이영노(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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