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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축제는 즐기기 나름

방송 일을 하는 관계로 지역의 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있다. 이번에도 전주문화축제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을 미리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너무나 열심히’ 준비한다는 것이다. 밤잠 못 이뤄가며 행사준비에 전념하는 그들의 소원은 단 하나,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축제는 봄꽃처럼 단 며칠만에 끝나버리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1년 전부터 씨뿌리고 물주고 거름주고 가꿔가며 노심초사 준비한 것들이다.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유인(?)할 수 있을까, 밤낮으로 그 묘책을 궁리하면서…….

 

이번 전주4대 문화축제의 특징은, 축제들끼리 벽을 넘어서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예년에도 4대축제를 묶어서 하나의 문화축전으로 일컫기는 했지만, 각각의 축제 관계자들은 자기축제 알리는 데만 관심을 쏟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는 4대 문화축제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낼 만큼 서로 개방적이고 호의적이었다. 내 것이 빛나기 위해 다른 것은 조금 흠집을 내도 상관없었던 옛날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과연 그런 노력이 성과가 있었는지 연일 축제장소에 인파가 북적거린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면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들도 생기기 마련. 그러나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축제는 있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축제도 있을 수 없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이 어느 정도 만족하는 축제라면, 그 축제는 충분히 성공했고,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축제다.

 

밖에서 팔짱 끼고 지켜보면 지적할 것도 많고 눈에 거슬리는 것들도 많지만, 안에 들어가서 참여하고 즐기다 보면 그런 것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난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대학초년생이었던 나는 장구를 메고 당시 공설운동장을 빙 둘러 들어선 난장을 돌아다니며 ‘걸립굿’을 했다. 당시로서는 꽤 큰돈이었던 10여 만 원이 모아졌고, 걸지게 막걸리 판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난장은 폐지됐지만, 축제란 모름지기 모든 일상사를 잊고 겁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 같은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하드웨어상의 흠이나 모자람은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메워주면 된다. 그래야 축제에서 사람냄새가 난다. 하비 콕스의 말처럼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인 것이다. 축제 속에는 ‘고의적 과잉성’과 ‘축의적 긍정성’이 존재한다. 약간의 과잉과 긍정. 그것이 바로 축제가 갖는 힘이 아닐까.

 

약간은 과장을 떨어도 용인 받을 수 있고, 조금은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괜찮다. 나라안팎으로 어려운 지금, 지역마다 앞다투어 축제를 벌이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축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좀더 여유롭게 넓혀보면 어떨까?

 

 

/김선경(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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