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경제부장
최근 도내 아파트 분양가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그만큼 더 커지고 있다.
2년전 평당 350만원선에 불과하던 아파트 분양가격이 최근 700만원대를 넘어선데다 일부 대형 브랜드아파트는 평당 800만원에 육박, 시민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2년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2배이상 급등함에 따라 기존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뛰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아득하기만 한 실정이다. 수도권도 아닌 전주에서 30평형대 아파트값이 2억원대를 웃돌고 있으니 앞으로 직장인들이 아파트 한채를 장만하려면 평생 모아도 어려울 판이다.
턱없는 분양가 상승에 시민·사회단체에선 분양원가의 전면 공개를 요구했지만 건설업계의 반대와 정부·여당의 소극적 입장으로 중·대형이상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아파트 분양가 거품은 지난해 서울시 산하 SH공사(옛 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한 상암동 5·6단지에서 이미 확인됐었다. 당시 시민단체의 여론에 밀려 공사측이 공개한 40평형의 분양원가는 5단지 748만원, 6단지 815만원이었지만 분양가는 각각 1210만원과 1248만원으로 분양수익률만 35∼38%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2개단지 433가구에 대한 분양수익으로만 무려 766억원에 달했다.
공기업의 분양수익이 이 정도인데 최고가 분양을 주도해 온 민간 건설업체의 분양가 수익은 어느정도일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증권업계가 국내 유명 브랜드 아파트업체 9곳의 올 상반기 매출총이익을 추정한 결과, 총 1조3천789억원에 달해 지난 2001년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총이익은 해당 부문 매출에서 공사원가와 분양원가를 뺀 값으로 판관비를 차감하기 이전의 이익을 뜻한다. 따라서 대형 건설업체가 아파트 분양을 통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분양가 거품논란과 함께 시민단체의 원가 공개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시행자 따로 시공자 따로’식의 다단계 사업방식이 분양가 거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지를 매입한 시행사(주로 지역업체)와 건축을 맡은 시공사(중앙업체), 분양을 전담하는 분양대행사가 서로 이중마진을 챙기다보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실수요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지난해 분양가 상승을 주도한 전주시내 모 브랜드아파트의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가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챙겼다는 설은 이미 시중에 파다한 실정이다.
다행히 주택공사가 전주 효자 4·5지구에 40∼50평형 중대형 아파트를 민간 업체보다 평당 최고 200만원정도 싼 가격에 공급할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인접한데다 품질이 좋고 저렴한 가격에 중대형 아파트를 공급하면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분양가 거품도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공이 분양원가도 함께 공개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배가 될 수 있기에 적극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여당에서도 시장논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분양원가 공개제도’와 ‘분양권 전매 금지’를 전면 도입,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고가=최고급’이라는 논리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에 대해선 강력한 세무조사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분양권 전매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기획부동산과 투기꾼들에 대해선 모두 세금으로 추징해야 마땅하다. 더 이상 사람사는 집가지고 투기수단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아예 못하도록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자고나면 뛰어오르는 집값때문에 한숨과 시름만 깊어지는 서민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진짜 민생(民生)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