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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숟가락이 주는 지혜 - 최동성

최동성(편집국 부국장)

한달전 생일 선물을 받았다. 존경하는 학교 선배가 줬다. 은수저 두벌.

 

당시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기억에 뚜렷하다. 왜 하필 수저를 줬을까. 그 뜻을 알려고 한때 정신을 모은 적이 있다. 굶지 않고 부부가 잘 살라고, 의사봉으로 이용하라고, 마이크로 노래연습이나 하라고, 아니면 수저 놓지 말고 오래 살라고? 등등…. 하지만 예상들은 빗나갔다. 엊그제 새해 인사차 나눈 그 선배와 전화통화에서 궁금증이 풀렸기 때문이다.

 

선배는 그때서야 웃으면서 이유를 밝혀줬다. 대충은 짐작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한해를 더 살게 되면서 쉽게 서둘지 말라는 해석이다. ‘뜨거운 국물’에 입을 델 수 있다는 경구였다. 한술 한술 떠먹는 일에 탈이 생길 수 없다는 생각을 모아 전해줬다. 또 한가지는 ‘더러운 곳’은 아예 삼가라는 애정어린 당부가 담겨져 있었다. 은수저는 색깔로써 독극물을 가려낸다는 조상의 지혜를 이 숟가락에 담았다. 선배의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에 순간 감동이 일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숨가빴다. 어느 해보다 막판까지 소용돌이 쳤다. 그 가운데 줄기세포 연구의 파문은 파괴적이다. 관련 외신도 열기를 뿜어댔다. 프랑스 한 영자지는 조급하게 성과를 서두르는 과학적 흥행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윤리적 실책과 부정확한 데이터를 꼬집었다. 결과는 아직 두고 볼 일이지만 성급한 판단들이 한 사람을 영웅에서 사기극 주인공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도내에서도 작년은 이슈가 많았다. 그만큼 모두들 힘들었다. 사태의 중심에서 그 정도가 더했다. 군산 방폐장 유치 무산의 경우 패배감을 안겨준 아쉬운 사건이었다. 부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들이 끝내 허사였다.

 

전북의 브랜드인 농도로서는 어떤가. 쌀 개방에 밀려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기에다 저간의 농촌지역 폭설은 가히 폭격 수준이다. 대통령이 오고 정치인들의 위문행렬이 야단법석이다. 그럼에도 일련의 수렁에 빠진 도민들은 허탈감에 지쳐있다. 열이 바치고 분통을 사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그늘 한편에는 빛도 같이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이 새만금 항소심 판결에서 환경단체 패소판결을 내림으로써 이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방조제 공사는 전체 공정의 92%로서, 33km 세계 최장의 시설물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혁신도시 입지 또한 지역발전의 견인차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평가는 시기상조다.

 

이제 전북은 다시 한해를 향해 떠나고 있다. 그 동안 성장과 배분과정에서 뒤쳐졌던 이유가 무엇이었나를 곰곰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취할 것과 폐기해야 할 것을 가려서 차근차근 챙겨볼 일이다.

 

올해는 선거정국. 연초부터 허울좋은 사안들이 판을 칠게다. 숨을 고르면서 뒤집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한 맥락에서 교수신문이 2006년을 두고 선택한‘약팽소선(若烹小鮮)’에 공감한다. 새해는 모든 일을 마치 생선 조리하듯 마구 휘젓지 말고, 차분하게 접근하는 사려깊은 행동이 필요하다.

 

/최동성(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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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ds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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