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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도 우리고장의 지도자가 되려면 - 진동규

진동규(시인·전북도교육위원)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신문들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한두 가지겠는가 마는 예도 예향이라고 하는 우리 고장이기 때문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고장이 어떻게 예도이고 예향인지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땅의 문화,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선이 되고 나면 그 취임사에서 예도 예향이라는 수식어가 틀림없이 등장할 터이니 하는 말이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은 어디에 그 맥을 댈 것인가. 바야흐로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이 땅은 이 나라의 거의 모든 고전들이 씌어진 땅이다.

 

춘향전이며, 홍길동전, 흥부놀부전등 그 외에도 여타한 소설들이 이 땅에서 씌어졌다는 점이다. 어 기가 막힌 것은 그 소설들이 이 나라에 유일하게 책을 파는 서포가 있었던 고장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책을 읽는 독자층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 독자층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사람과 그 글을 인쇄해서 파는 사람까지 삼각 구도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한양에서도 평양에서도 대구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이 땅이 이 나라의 소설문화의 중심이며, 출판문화의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바로 문화 발상지였던 것이다.

 

유일하게 한 편 전해지고 있는 백제의 정읍사 후렴구와 고려조에 불렸던 청산별곡의 후렴구, 그리고 지금 우리들이 애국자보다도 더 즐겨 부르는 아리랑의 후렴구를 보면서 “아”하는 탄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언어 구조도 구조지만 소위 방언이라고 분류하는 지방 언어의 음색을 드리대지 않고 무슨 수로 그 올깃쫄깃한 가락을 설명할 수가 있단 말이다. 여기 그 후렴구만 옮겨보기로 하자.

 

“달아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오백여년씩의 사이를 두고 불려진 노래인데 이 노랫가락들이 모두 한타령인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를 함경도나 경상도 사투리로 부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이쯤에서 고창의 신재효선생의 이야기로 막음말을 삼고자 한다.

 

신재효는 흥선대원군 시절 사람이니까 이 땅이 식민지로 전락하기 직전의 인물이었다. 그 위기의 순간에 신재효가 태어나서 악보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리고 여기저기 아직 체계가 서지 않은 우리 소리들을 다듬어서 만들어 놓은 일까지를 마무리해 놓지 않았더라면 우리 음악이라고 내놓을만한 무엇이 있었겠는가? 악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당시에 그 악보라는 창조물을 만들어 낼 줄 알다니! 참으로 느꺼운 생각이 이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도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것도 예도 예향의 정체성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새만금 또한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가 절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임을 삼고 걷고 생각하고 세발 걷고 나가고 그래야 할 것이다.

 

/진동규(시인·전북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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