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익산시 노인대학장)
질서의식이란 인륜생활을 함에 있어 지켜야 할 예절로서 어른과 이들 사이에 차례와 순서를 지켜 윗어른을 존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차표 살때 줄 서는 것과 차에 오를때 줄서는 것만을 질서로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질서임은 틀림없으나 질서속에는 예절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미덕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미덕이라함은 차례로 줄을 서더라도 그중에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있으면 양보하는 일을 미덕이라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연하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을때 자네 안행( 行)이 몇인가 하고 물어본다. 이는 자네 형제가 몇인가 하고 물어보는 말인 것이다. 안행이란 기러기 안( )자에 다닐행(行)자를 붙인 것으로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날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가을하늘에 줄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는 행로를 바꿀때나 땅에 내려앉을때나 서열을 바꾸지 않고 제자리 질서를 지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러기는 먼저 난 순서대로 줄을 지어 날아갈 때에는 제일 먼저난 기러기가 맨 앞에 날아가며 제일 늦게 난 기러기는 뒤끝에서 날아가는 것이다. 이는 질서유지를 잘한다는 것이다.
기러기는 지혜로운 동물이라서 자기가 놀다간 자리에는 반드시 깃털하나 뽑아서 땅에 꽂아놓고 간다는 것이다.
자기가 왔다간 자취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 한다. 우리 인간도 인사유명(人死有名)이라하여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과 같은 말인 것이다.
또한 기러기처럼 정조를 지키는 동물이 없다고 한다. 기러기는 자기의 목숨과 바꾸는 한이 있어도 정조를 지킨다는 것이다.
수컷인 딴기러기가 암컷을 탐내 짝짓기를 하려고 달려 들어서 머리털이 다빠지도록 물어 뜯어도 절대로 수절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혼례식때 초례청에 산기러기를 구하기는 어려우니까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신랑이 안고 와서 신부에게 증정하는 의식이 있는 것이다.
이는 부부간에 기러기와 같이 정절을 지키자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날아다니는 새도 질서와 예절을 잘 지키는데 반하여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부끄럽기 한이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고등동물이라 자처하면서 또 만물의 영장이라하면서도 질서와 예절을 지키지 않으니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기르는 개만도 못한 것이다. 개도 발정기때 보면 아무개와 교미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수절하는 사람은 있어도 이혼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수절하는 사람은 없는 반면에 이혼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인 것이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38%나 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하다 이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한심하기 끝이 없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는 질서의식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1960년대초에 독일의 인류학자 부레인박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3대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식사할때 보았다고 한다 그때는 식량사정이 어려워 보리밥을 주식으로 먹을 때인데 제일먼저 할아버지 밥그릇에 먼저 쌀섞인 밥을 담고 그 다음에 할머니 밥을 쌀 섞인 밥으로 그릇에 담고 그 다음에 아버지 밥을 담는 것을 보고 독일인은 한국이야말로 동방에서 예의를 잘 지키는 국가라고 극찬했다한다.
그런데 불과 40여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독일인이 보면 무엇라고 평가하겠는가 말이다. 이는 불문가지일 것이다.
현대는 그와 정반대로 애들이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애들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가족중에서도 연로한 사람이 소외되고 천대받고 있는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자식이 부모를 안 모시려고 하는 것이 다반사로서 부모는 부모대로 독거생활을 하려고 한다. 혼자 사는 것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독거노인 수는 해마다 늘어나서 지금은 30만 세대가 넘는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자식이 부모를 안 모시기 이전에 부모가 자식에게 의지하지 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노후에 혼자 사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리오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오유지반포(慈烏有之反哺)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까마귀는 새끼가 어릴때는 어미로부터 먹이를 얻어 먹고 자라서 어미가 늙으면 새끼가 먹이를 어미에게 먹여주는 것으로 새끼가가 어미에게 은혜를 보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까마귀 보고 훈조라 한다. 우리인간도 가정에서 사회에서 질서의식을 생활화하여 전통에 빛나는 미풍약속으로 살기좋은 인류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김용식(익산시 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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