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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부의 사회환원

얼마전 개그맨 김형곤씨가 운동중 갑자기 숨져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한국 개그맨 최초로 꿈의 무대로 일컬어지는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자신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스탠딩 코미디 쇼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김씨가 가슴 설레며 서고자 했던 카네기 홀은 1891년 차이코프스키가 지휘한 뉴욕 교향악단 연주회를 스타트로 개장했다. 이어 1898년 철강왕 카네기가 부(富)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개축했다. 앤드류 카네기는 존 록펠러와 함께 미국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모범을 보인 사람이다.

 

13살에 목화공장 사환부터 시작한 카네기는 미국 철강시장의 65%를 지배하는 US스틸을 탄생시킨 뒤 은퇴한다. 그리고 전 재산을 들여 대학, 박물관, 공원과 2500개에 이르는 도서관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자식에게는 단 한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부자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현재 세계 최고의 갑부로 꼽히는 MS의 빌 게이츠 회장도 2000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빌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지금까지 기부한 310억 달러는 개발도상국의 질병치료와 교육 등에 쓰였다. 그는 3명의 자녀들에게 1000만 달러의 재산만 남겨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씨의 경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일제하에서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고학으로 성장한 그는 1971년 눈을 감을 때 유언장을 남겼다. “손녀 유일링에게는 대학 졸업때까지 학비 1만 달러를 마련해 준다.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라. 나머지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은 뜻있는 교육사업과 사회사업에 쓰도록 해라”

 

지난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82%가 ‘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개발독재 시절에는 특혜와 줄서기, 그리고 그 이후에는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를 축적해 혐오의 대상이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회장들이 편법상속과 비자금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천문학적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8000만원과 1조원을 낸다고 하니, 외국계 론스타도 흉내를 내고 있다. 돈으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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