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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명용 영자표기법 빨리 제정을

양병선(전주대학교 교수·영미언어전공)

행정자치부는 2006년 2월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오는 2008년부터 도입할 새 전자주민증을 공개하였다. 행자부측은 이날 "신분확인에만 치우친 현재의 주민등록증을 정보화시대에 맞게 효용성을 강조한 모델로 발전시키는 한편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새 주민증에 대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몇 차례 더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오는 2008년부터 3~5년 안에 새 주민증 보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주민등록증과는 달리 새로운 주민증 외부에는 한글성명과 더불어 영문 성명을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행자부의 결정은 영어가 국제어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서는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새 전자주민증이 실용화되기 이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인명 영문(로마자)표기의 통일 이다. 2000년 7월 7일 문화관광부 고시 제2000-8호에 의해 개정·고시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영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청산되어야 할 일제시대의 잔재물인 일본식로마자표기법을 따라 표기함으로서 영어가 국제어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현행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에 따라 강(Gang), 방(Bang), 순(Sun), 숭(Sung), 손(Son), 선(Seon)으로 표기하면 영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갱, 뱅, 얭, 선, 성, 선, 시온’으로 각각 발음하게 된다. 반면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Gang, Bang, Sun, Sung, Son을 각각 ‘강, 방, 순, 숭, 손’으로 잘못 발음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이러한 현행 정부안은 우리의 영어교육에 지대한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명의 영문표기가 각양각색으로 표기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2002-2005년 국가대표선수 2,122명의 로마자(영자)표기의 실태를 조사한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건, 근, 덕, 명, 백, 섭, 유, 윤, 혜, 허’는 5가지로, ‘국, 귀, 성, 혁, 현, 형’은 6가지, ‘연’은 7가지, ‘전, 정, 석’은 8가지, ‘경’은 10가지로 각각 다양하게 표기되고 있다. 심지어 행자부에서 제시한 새 전자주민증 견본에 표기된 ‘홍길순’의 영문표기 Hong Gil Soon조차 문화관광부의 현행 로마자표기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지성에서는 헬라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 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르투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마지막 승자로 남아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인의 유연성과 개방성 때문이다. 영어의 국제어로서의 지위를 인정치 않고 로마자표기만을 주장하는 배타성과 폐쇄성은 우리 국민의 영어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국가 경쟁력의 약화뿐 아니라 한글의 세계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새 주민증이 사용되는 2008년 이전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어를 기준으로 한 인명용 영자표기를 제정하여 우리글인 한글도 보전하고 글로벌시대에 한글의 세계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 그리고 새주민증 보급의 성공을 위한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양병선(전주대학교 교수·영미언어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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