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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전주가 예도(藝都)라고... - 원행

원행(금산사 주지)

전주는 후백제 견훤 왕에 의하여 처음으로 도읍지가 되었고 소외당했던 백제 유민들의 힘을 모아 좌절된 삼국 통일의 원대한 꿈과 희망을 다시 이룩하려던 웅지의 터였다.

 

 

그리하여 견훤왕은 심혈을 기울여 동고산성과 남고산성을 쌓았고 오늘도 이 산성들은 말없이 먼발치에서 전주를 내려다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남고사는 보덕화상과 그 제자들이 고구려에서 비래방장하여 열반종의 종지를 원효, 의상스님에게 천양했고 만경대는 정몽주의 비원이 서려있는 전주비경의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전주를 처음 찾는 외래객들은 도로 표시가 전무하다시피하여 도로 표시판을 보고는 도저히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더구나 전주를 비보하기 위하여 스님들과 선각자들이 동서남북에 사찰을 창건하여 동고사, 남고사, 서고사, 북고사를 있게 하였음에도 그 뜻과 유지를 받들기는커녕 본래 승암산, 중바위산으로 불리던 동고산 산 이름도 어느새 치명자산이라 슬그머니 바꿔 부르고 거리거리 마다 도로 표시판에 새겨 본래의 승암산 이름조차 없애 버렸으니 어찌 전주를 예도라 할 것이며 조선의 풍패라 할 수 있겠는가?

 

또한 남고사 입구에는 이 고장이 낳은 명필 창암 이삼만 선생이 비문을 쓴 남고산성비가 비바람에 씻기며 외로이 서 있어 누누이 비각이라도 세워서 보호해야 한다고 전주를 대표하는 정치인과 목민관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하였으나 별 관심이 없더니만 동고산 뒷자락에는 실정법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큰 건물이 들어서고 모모성지라고 해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였다고 하는데 정말 전주 시민들은 침묵하여도 되는 것인가?

 

아니 이 성지의 도로 표시판을 여기 저기 설치한 것 자체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에 있는 삼국시대와 후백제의 찬란한 문화재이며 전주의 상징인 남고사, 남고산성, 동고사, 동고산성등을 함께 표시하지 않은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호남의 또 한분 대표적인 예술인인 소치 허련 선생이 제작한 ‘금산사도’에는 홍예문이 누각이 있는 멋들어진 첫 번째 산문으로 그려져 있는데, 지금은 누각은 없어지고 쓸쓸히 길옆으로 비켜서 있는 홍예문은 견훤 왕이 금산사에 유폐되어져 삼국 통일의 꿈과 비원이 좌절되는 슬픔을 간직한 채 언제인가 누각이 있는 문화재로 거듭 나기를 기다리며 오가는 탐방객들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중국 중원 낙양성 밖 북쪽 망산 어디엔 가에 방치되어 있을 의자왕의 무덤을 후대의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듯이 전주 완산을 바라보며 천추의 한을 품고 지척에 누워 있는 견훤왕 능을 우리는 잊은 채 전주의 정체성마저 망각하고 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애씀이 있어야 하겠다. 그래서 마한과 백제의 옛 영광을 되찾고 후백제의 웅지를 받들어 풍년가를 부르며 태평소도 크게 한 번 불어 보자.

 

그리고 서해안 시대의 희망과 영광을 활짝 열어 보이자.

 

그리하면 모악산을 응시하고 있는 금암동 KBS 앞마당에 묵묵히 엎드려 있는 거북 바위도 함께 일어나 덩실 덩실 춤을 출 것이다.

 

/원행(금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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