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5.31 살생부

살생부란 말 그대로 죽이고 살릴 사람을 가려내는 장부를 뜻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부적절한 대상을 탈락시키거나 퇴출시키기 위해 그 이름을 적어 놓은 기록이다. 계유정난 때 수양대군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죽일 사람과 살릴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당시 한명회를 시켜 집권에 반대한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관, 좌찬성 이양 등을 죽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대통령 선거나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정치판에서 등장하는 단골메뉴 가운데 하나가 됐다. 공천을 둘러싸고 살생부가 나돌기도 하고 선거가 끝난 뒤 논공행상하는 자리에서도 살생부가 나돈다. 일반조직이나 단체의 선거 때 역시 어김없이 나도는 좋지 않은 명부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자 또다시 살생부 이야기가 나돈다.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 강현욱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던 김완주 당선자 쪽이 강지사 편에 섰던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놓고 인사 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김완주 당선자가 개혁마인드가 강하기 때문에 의중과 관계없이 나도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전북도 뿐 아니라 일부 시군에서도 설왕설래되고 있다. 전북에선 15개 자치단체장 중에서 11개 단체장이 바뀌었으니 공무원 조직 전반에 ‘살생부 태풍’이 몰아칠 게 뻔하다.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인사는 원칙과 기준에 따르면 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여야 된다.

 

줄서기를 강요하는 행태도 문제지만 자발적 줄서기도 문제다. 현직 단체장이 버젓이 눈 부릅뜨고 있는데도 “간부 공무원 전원이 새 당선자에게 인사를 가야 하지 않느냐”는 ‘용기있는 요구’도 나왔다. “어느 간부는 이미 인사를 다녀왔다”는 비아냥도 관가에 나돌고 있다. 이건 예의 차원이 아니라 재빠른 줄서기요, 아부의 극치다. 이런 행태가 자기자신은 물론 공무원조직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임을 왜 모르는가. 공복은 자기 위치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본연의 기능을 다하면 된다. 당선자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가진 공무원, 줄서기에 재빠른 공무원,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공무원들을 살생부에 올려라. 그렇지 않으면 도민들이 당선자를 4년 뒤 살생부에 올릴지도 모른다. 피는 피를 부르는 이치처럼.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화일반전북과 각별…황석영 소설가 ‘금관문화훈장’ 영예

사건·사고김제서 작업 중이던 트랙터에 불⋯인명 피해 없어

정치일반"새만금개발청 오지마"…군산대 교직원 58% 이전 반대

정치일반울산 발전소 붕괴 매몰자 1명 사망…다른 1명 사망 추정

사건·사고고창서 70대 이장 가격한 50대 주민 긴급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