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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우리 삶의 성취를 위하여

벽산 원행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우리나라 불교의 특징은 대승불교이면서 통불교라는 점이다.

 

대승불교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과 부처가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중생의 고뇌와 아픔이 너무나도 다양하게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병들어 신음하는 사람에게는 병을 낫게 해주는 약사여래가 있어야 하고, 죄를 많이 짓고 지옥문을 향하여 가고 있는 사람, 아직까지도 지옥고를 겪고 있는 중생에게는 지장보살이 있어야 하며, 시련과 역경 속에서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는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이 계셔야 하며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보살보다도 문수보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부처와 중생을 둘로 구분 지어 보지를 않는다.

 

부처란 깨달은 중생이요, 아직 깨닫지 못한 부처를 중생이라고 할 뿐이다.

 

부처가 될 성품이나 자격은 누구든지 이미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이 불교의 정설이며 이와 같은 불교적 사고를 전문적인 용어로는 여래장(부처의 씨앗) 사상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불교는 철저하게 절대 평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분의 귀천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부처님 생존당시 석가족 귀족 출신의 제자들이 출가하였을 때 부처님께서 천민 출신의 선배 비구에게 절을 하라고 하자 귀족 출신의 제자들이 이를 거절하자 “신분의 귀천은 태어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에 있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시며 절을 하도록 하신 적이 있다. 누구든지, 아무리 천박하고 못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 한번 바로 먹고 참회와 서원의 신념과 원력으로 수행만 열심히 한다면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발심(發心)을 하여야 한다.

 

올바른 사고, 뚜렷한 신념, 나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인생관을 바꾸어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을 발보리심, 즉 발심이라고 하는데 처음 먹은 마음으로 정각에 이르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수행하는 것을 다른 말로는 보살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살행을 하여야만 하며 보살행의 구체적인 내용은 육바라밀과 십바라밀로 말하기도 한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베풀고 나누며, 정의롭게 자기 도리를 다하고자 최선을 다하며, 도가 성취되는 그 날까지 모든 어려움을 능히 참고 견디면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 안정과 평화가 깃든 자유로운 삶을 솔선수범하고 구현하여 모든 이웃들이 이익과 안락을 누릴 수 있도록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 그 자체가 진정한 의미의 보살행인 것이다.

 

이웃들에게 모든 공덕을 남김없이 회향하는 것(三處廻向)이 곧 자아완성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대승불교의 모든 경전은 한마디 글자도 다르지 않게 강조하고 있다.

 

우리들의 삶 속에 대자유, 절대평등이 깃들 수 있는 길은 자리(自利)가 아닌 이타(利他)임을 대승불교는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지금, 곧 바로 여기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매사에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정열과 혼이 깃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보살인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상(我相)이나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인상(人相)과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중생상(衆生相)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원히 오래 오래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수자상(壽者相)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보살이 될 수 없다고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거듭 거듭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모든 이웃들을 경외하는 사람, 자기 자신이 모든 이웃들의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하는 사람, 작은 성취에도 너무 너무 기뻐하고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성취의 기쁨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불교인의 목적인 이 땅 위에 자비하신 부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은 이러한 마음 바탕 위에 먼저 자신이 헌신과 봉사의 보살행을 열심히 닦아 성불하여야 되는 일임을 사무치게 깨달아서 수행과 봉사를 솔선수범하여야 할 것이다.

 

많은 선행을 닦다보면 마침내 한 가지 성취의 길로 가게 된다(萬善同歸)는 역대 모든 조사스님들의 말씀을 한 번 더 가슴에 새겨보는 귀한 인연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축원하는 바이다.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벽산 원행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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