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있는 주택 지어야
몇 해 전 우리 대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통합교양 과목인 ‘인간과 주택’을 강의한 적이 있다. 강의는, 본인 살고 싶은 집을 글 또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과목이 교양과정이므로 대부분의 수강학생은 건축의 비전공자들이었다.
학생들은 본인이 꿈꿔왔던 주거의 공간과 형태들을 미숙하지만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거의 종류는 아파트가 아니라 전원의 단독주택이라는 점이다. 우선 , 텃밭과 마당의 외부공간을 즐기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삶 , 음악실과 같은 취미실, 재택근무를 위한 작업 및 사무실 등의 내부공간으로부터 유럽의 성(城), 단순한 사각면체, 별모양, 둥근모양, 우주선과 같은 원뿔모양 등까지 매우 다양한 건축적 요구사항을 갖고 있었다.
주택의 예비 수요자인 학생들의 이러한 요구사항은 건축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문제인가?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주택을 선택하게 되는 시기에는 이러한 꿈, 자신들의 주택에 대한 꿈은 경제적인, 또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좌절될 수밖에 없는가? 우리 사회는 이러한 다양한 건축적 이상향을 이루어낼 수 없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도시의 한정된 토지로 인하여 우리는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를 너무나 안일하고 획일적으로 보급해 왔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국가의 경제 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서울의 특정 지역의 아파트가 서울권 내 뿐만 아니라, 전국의 아파트 가격을 거의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자신들이 아파트라는 주거의 형태만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빚은 결과로서 어쩌면 우리가 자초한 일 일지도 모른다.
최근 어느 재개발 아파트 주민들이 평형별 보상가액이 차이가 난다고 소송을 냈던 33평형 13억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의 가격은 평당 약 3900 여 만원에 이른다. 이 금액이라면, 대지가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 여 평의 꿈에 그리던 주택이 가능할 수도 있다. 아무리 아파트 단지의 입지적 조건에서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 여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분양가, 잠재적 보유가 및 매매가를 인정한다하더라도,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아파트의 가치 평가는 우리의 이상적인 주거의 형태에 대하여 이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도 서울권에는 또 다시 이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 신도시의 아파트가 지금도 부족한(?)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100대 1도 더되는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분양되고 있다. 전북의 아파트도 이러한 추세에 동참하려는 징후는 얼마든지 있다. 서울권의 아파트가 전국의 아파트 가격과 이러한 추세를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고층 아파트들을 공급하여 고밀화(高密化)하기 보다는 이제는 오히려, 도시를 저밀화(低密化)시켜야할 때가 온 것이다. 이제는 아파트만이 우리가 지향하는 주거 형태가 아니라는 우리의 인식이 필요하며, 또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살아나야한다. 자연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도시 주변의 시골에 저밀화된 다양한 주거형태의 주택을 지어야한다. 적어도 전북권은 전국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주거형태의 비율이 가장 낮은 곳으로 유명해져야 한다. 낙후된 지역이 아니라,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되고, 쾌적하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의 주거지역으로서 전북은 거듭나야한다. 이것이 바로 전북의 가장 큰 강점이자 잠재력이며 힘이라고 믿는다.
전북의 젊은이,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국의 젊은이들이 꿈꾸는 주거를 전북에 마련해 주는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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