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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산책로 단상

무더위와 장맛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모양이다. 이런 날씨 변화는 가전제품 판매고를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난다. 에어콘이 잘 팔린다니 말이다. 하지만 에어콘은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고 방안이 시원해진 만큼 실외기가 있는 곳은 열기와 소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냉방병까지 앓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실외 온도에 비해 너무 낮은 온도로 설정할 일이 아니다.

 

요즈음 저녁풍경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강변 산책로가 아닌가 한다.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다들 걷느라고 바쁘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살을 빼는 데는 둘도 없는 운동이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모양이다. 이런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꼭 지나치게 되는 곳이 다리다. 용산다리와 다가교 그리고 완산교와 싸전다리 등이 오래된 다리이다.

 

다리는 예나 지금이나 요긴한 시설물이다. 강을 건너게 해 주는 일상적인 기능때문만은 아니다. 토목 기술자들이 고려한 것 같지만 않지만 다리밑의 훌륭한 휴식공간때문이다. 에어콘이 없었던 시절에 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가 바로 다리밑이었다. 이 곳은 그 특성상 바람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존재할 수 없어서 통풍에 있어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심 다리밑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다리밑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고 있으면 한여름 무더위도 견딜만 하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어서일 게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남부시장에 가까운 다리밑에서는 약장수들이 공연을 하곤 했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약알 팔아도 문화상품(?)을 유인책으로 쓸 만큼 관객들의 수준이 높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 오래 전부터 이런 약장수들은 더 이상 다리밑을 찾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다리밑에 평상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서 어르신들이 즐겨 찾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한낱 다리밑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산책로 위를 가로지르는 구조물일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투박하게 생긴 다리라 하더라도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며 크고 작은 정보와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하면 그런 공간을 가벼이 지나쳐서는 안되지 않나 싶다. 더구나 이런 공간을 의미있게 채워주는 분들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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