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브랜드 가치 일등 기업은 코카콜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치는 700억 달러(77조원)에 이른다. 지난 98년 해태그룹이 부도났을 당시 해태의 브랜드 가치는 1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었다. 21세기는 브랜드가 기업경쟁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소비자는 입어 보고 맛을 보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보고 소비한다. 이름만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일본 소니의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는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게 아니다. 전통과 역사를 먹고 자란다.
기업뿐 아니라 자치단체들도 이젠 브랜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이 담긴 브랜드 슬로건을 발굴해 상표로 등록하고 있다. 서울은 'Hi Seoul', 부산은 'Dynamic BUSAN', 대구는 'Colorful DAEGU', 대전은 'It's Daejeon', 충남은 'CHUNGNAM Heart of Korea'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각종 이벤트 행사는 물론 지역 특산품에 브랜드 마케팅을 꾀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브랜드 슬로건은 ‘NOW JEONBUK ’(‘이제는 전북’)이다. 전통문화와 청정하고 수려한 자연환경, 맛과 멋 소리의 본고장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제는 환황해 경제권의 중심지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스며있다.
NOW의 머리글자에도 깊은 뜻이 있다. 아시아의 새로운 관문(New Asian Gate Jeonbuk),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활력화(Occupy Jeonbuk), 멋과 맛 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살고 싶다는 의미(Well-being Jeonbuk)를 담고 있다. 지난해 2월 8천만원을 들여 용역과 공모절차를 밟아 선정된 슬로건이다. 상표등록까지 마친 이 슬로건은 전북도가 사용하는 모든 서류와 도정 홍보물, 인터넷쇼핑몰, 향토음식점, 택시와 시내 시외버스에 표기돼 전북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도지사가 바뀌면서 이 브랜드 슬로건도 폐기처분한다고 한다. 딱 1년만이다. 대신 ‘인베스트(Invest) 전북’ ‘얼쑤 전북’이 검토되는 모양이다. 촌스럽기 짝이 없다. 용역이나 공모절차도 밟지 않고 어느 개인의 견해를 도정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채택한 대서야 말이 되는가. 웃기는 일이다. 무조건 바꾸는 게 개혁은 아니다. 좋은 것은 이어받는 것도 용기다. 개악을 하느니 가만 두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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