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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삼족오·삼원태극, 전주문화상징으로 - 진원종

진원종(수필가)

얼마 전 삼족오(三足烏)라는 말이 문화 화두로 떠올랐다. 새로 만든 우리나라의 국새(國璽) 손잡이에도 이 새를 새겨놓았다고 한다. 요즘 ‘주몽’이나 ‘연개소문‘ 등 티뷔의 역사 드라마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삼족오라는 말의 뜻이 분분하다. 일부 학자들은 다리가 셋 달린 까마귀라 하고, 재야 사학자들은 태양 새라고 한다. 국어사전에도 뜻이 까마귀와 태양 새 두 가지로 나와 있다.

 

삼족오는 고구려의 쌍용총, 무용총 등의 고분벽화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삼족오의 머리에는 볏이 달려있고 오른쪽에는 봉황을, 왼쪽에는 용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단군조선에 관한 이야기를 쓴 환단고기(桓檀古記)라는 책에는 甲寅七年 三足烏飛入苑 其翼廣三尺 (BC1987년 ‘세발달린 검은 새’가 대궐 뜰 안으로 날아왔는데 그 날개넓이가 석자나 되었다)라고 나와 있다. 오(烏)를 검을 오자로 해석한 것은 지금도 오골계(烏骨鷄)나 오죽(烏竹),오석(烏石) 등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검다고 한 것은 태양의 흑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태양의 흑점 중앙의 그림자를 세발 달린 검은 새로 본 것이다. 마치 달나라에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있다고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삼족오를 태양 새로 불렀던 것이다. 삼족오의 다리를 셋으로 한 것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본질이라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신앙에서 비롯되었다.

 

태극은 만물이 현상계에서 음양(陰陽)으로 동?정(動靜)을 반복하며 움직이기 전 상태를 말하는데, 원래 지금과 같은 음?양 태극이 아닌 천지인 삼기(三氣)를 함축하고 있는 삼원태극이었다. 그러나 송나라 때 왕권 강화에 유리한 주역(周易)의 음양론이 우세해지면서 태극도 이원태극으로 변해진 것이다.

 

우리 민족과 더불어 면면히 내려온 문화유산들이 오랜 세월동안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서 소멸되고 사라져갔다. 후한서(後漢書)에 의하면, 상고시대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큰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동이(東夷)라고 불러왔고 중국을 세운 황제 헌원(軒轅)이 ‘동이의 자부선인에게서 모든 문화를 배워갔다’는 기록이 있다. 동이(東夷)의 ‘이’는 위대한 ‘이’자 였다. 그런데 중국은 주변에 있는 나라들을 동이(東夷),서융(西戎),남만(南蠻),북적(北狄)으로 부르며 모두 오랑캐로 바꿔버린 것이다. 고구려가 망하자 당나라 장수 이세적(李世勣)은 고구려의 사고(史庫)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가들은 고구려의 건국 연도를 한(漢)나라 보다 3년 늦은 BC 37년으로 조작했다(원래는BC209년). 조선시대에 와서도 성리학과 사대주의로 인하여 중국보다 앞서는 상고시대의 역사를 없애기에 급급했다. 구한말(舊韓末) 까지 서울 서대문에 남아있던 독립문 자리는 조선시대 중국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迎恩門) 이라는 수치스런 이름으로 남아있던 곳이었다.

 

전주에 있는 ‘객사(客舍)’가 태조 이성계의 조상의 고향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고향 이름 풍패를 따서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는 현판으로 남아있는 것도 사대주의의 산물이 아닌가. 완산이나 전주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하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것을 아무런 의식 없이 지나치는 것은 과거의 사학자들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고대의 환국(桓國,한국)과 배달(倍達,밝달=밝은 나라)국, 그리고 단군조선의 역사를 신화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사천여 년이나 줄였고, 지금까지도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 요즘 천년 고도 전주라고 한다. 하지만 ‘원산(圓山)’이라고 불렸던 마한시대까지 올라가면 ‘이천년 고도’가 된다. 후백제를 기준으로 천년고도라고 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스스로 단축시키는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 온 고을에는 삼원태극과 삼족오가 남아있다. 삼원태극은 태극선(太極扇)으로, 삼족오는 곳곳에 세워진 솟대 끝에 앉아있는 것이다. 삼족오가 두발로 되어있는 것도 있고, 오리 등으로 변형된 것도 있지만,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의 뿌리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오랜 전통 문화로부터 우리의 원형을 찾아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삼원 태극선이나 삼족오를 전주의 문화 상징으로 삼아 여러 가지 축제 때나 국제적인 행사에 엠블럼(emblem:,표상) 등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우리 동네(삼천동) 로타리에 세워진 솟대 위에서 삼족오 다섯 마리가 지금 막 푸른 하늘로 솟구치려 하고 있다.

 

/진원종(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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