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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골프 교훈

골프는 인생에 비유된다. 샷 하나 하나가 신중해야 하고 힘이 들어가면 엉뚱한 샷이 나온다. 골프는 또 예의가 깎듯한 스포츠다. 골프의 이런 성격은 삶의 순간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야 하는지, 무리하고 욕심 내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등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라운딩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논픽션 '마지막 라운드'(제임스 도드슨 저. 아침나라. 1999)에는 이런 이치가 잘 묘사돼 있다. 2개월 시한의 암 선고를 받은 여든 살의 아버지와 주인공인 아들이 골프여행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말한다. "골프의 묘한 점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원하는 것은 오히려 멀리 달아난다는 것이다" 골퍼들은 이번엔 꼭 버디를 잡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세컨 샷에 힘이 들어가 망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한다. 욕심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고 무리하지 않아야 좋은 샷이 나온다. 골프를 맨털 스포츠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게 여간 쉽지 않다.

 

부자는 목적지인 골프의 성지에 도착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라운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아들은 애써 라운드할 기회를 만들려 하지만 아버지는 충고한다. “룰을 깨면서까지 플레이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니? 우리 때문에 룰대로 하면서 플레이를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지”

 

정치인들이 ‘수해골프’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얼마전 강원도 수해현장 인근인 정선에서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굿샷을 외치며 골프를 즐기다 된서리를 맞았다. 며칠 뒤 이번엔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충주의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수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회동을 주선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그뿐인가. 지난해 4월엔 이해찬 총리가 강원도 대형 산불 때에, 7월엔 남부지역 집중호우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쳐 눈총을 받았고 철도파업 첫날인 올 3.1절날 부산서 기업인들과 골프를 즐기다 결국 낙마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2004년 태풍 매미 피해중 제주도에서 한가롭게 골프휴가를 보내 비난을 샀다.

 

정치인이랍시고 힘이 들어가니 무리수를 둘 수 밖에. 골프 교훈을 따랐다면 화를 피했을 것이다. 인생의 교훈은 커녕 주변 상황, 사회의 룰마저 의식하지 않으니 골프 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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