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나의 이력서] 덕성여자대학교 이사장 이종훈 - 영원한 촌놈의 항변

"주인의식을 가져라"

나는 70평생을 살아오면서 한번도 주체적인 주류가 되지 못하고 항상 객체적인 비주류에 속했는데, 농담으로도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일생동안 ‘비주류’취급을 받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공부뿐만 아니라 매사에 있어서 소극적이고 정적인 편이었다.

 

 

물론 천성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할 때까지도 학교주변에서 살면서 항상 학교에서 주도적인 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주변을 맴도는 생활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기차통학을 하는 촌놈으로 불렸기 때문에 나 스스로 항상 촌놈의식이 몸에 배였으며 그래서 늘 자신감이나 배짱보다는 자격지심이나 이등인생관으로, 세상을 앞서가기보다는 뒤따라가는 소극적인 생활을 해온 것 같다.

 

그렇다고 자존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촌놈의 처지를 극복하려는 잠재의식은 강해진 것 같다. 더욱이 지방에 피난 온 대학분교를 다니다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부터는 대표적인 촌놈으로 취급되어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주류가 되려는 오기도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촌놈의식이 강했는데, 일본유학을 가서는 또다시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강해 일본에서도 촌놈으로 비주류일 수 밖에 없었다.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역시 백인이 아닌 동양의 황인종이라는 생각때문에 또다시 촌놈 처지를 면하지 못하였다. 물론 일본에서나 미국에서 차별대우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가 주류의식을 갖지 못했고, 그 후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그랬고 정치적인 의식에서도 늘 여당적인 입장이 아니었다.

 

이렇게 나는 70평생 항상 스스로 촌놈이라고 생각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지구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촌놈일 바에야 차라리 철저히 촌놈의 배짱으로 주류가 되어 살아야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촌놈이라 무시하고 차별하려는 태도는 자기가 부족하니까 상대방을 깔보며 뭉개버리고자 하는 콤플렉스의 심리상태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딸과 제자들에게 항상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인생철학을 강조한다. 나야 약소민족으로서 후진국에 태어나 늘 부족한 촌놈이었지만, 너희들은 세계219개 나라 중에서 10대경제대국과 15대민족대국에서 태어났고, 세계 제1의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문화국민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쪽팔리지 않는 젊은이가 되라 강조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와그너교수님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한국족보를 연구하여 박사를 받은 분이었는데, 나도 잘 모르는 우리집 족보 내용을 아들에게 들려주어 놀라게 하였다. 세계에서 전국민이 족보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것이다. 서양의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도 전국민이 족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편견인 촌놈의식을 버리고 이제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역사와 문화민족으로서 자부심과 자신감과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로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