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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인문학의 위기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죤 스튜어트 밀(1806∼1873)이 한 말이다. ‘배부른 돼지’는 그저 주인이 던져주는 밥이나 먹고 만족해 하는 사람, 무뇌아처럼 사유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좀 가난하더라도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고뇌하면서 사는 사람을 이르는 비유다. 이성의 힘으로 근본을 캐고 까닭을 규명하며 ‘왜’(Why)를 묻는다. 그리고 대안에 대해 고민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지 않고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문학 사학 철학 같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개념은 라틴어의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기원전 55년 키케로가 마련한 웅변가 양성 과정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후마니타스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인간다움’이라는 뜻이다. 중세 초기 성직자들은 후마니타스를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육과정으로 채택했다. 이른바 교양과목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인문학인 것이다.

 

이런 인문학이 어느새 기피학문이 돼버렸다. 실용학문에 떠밀려 전공자가 줄고 취업의 길도 좁디 좁다. 2003년 69.4%에 달했던 인문계열 졸업자 취업률이 2005년엔 53.4%로 급락했다. 지방대의 실상은 서울쪽보다 더 심각하다. 이처럼 토양이 척박해지니 ‘인문학 위기’라는 말이 세상의 화두가 되고 있다.

 

실사구시의 사회분위기와 이런 분위기로 몰아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내적으론 인문학자들이 외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학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한 필연적 결과다. 인문학이 빈사상태에 빠지면 다른 학문도 발전하기 어렵고 실용학문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5일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인문학 선언’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국 80개 인문대 학장들이 현재의 인문학 위기 사태를 반성하고 대학과 정부, 우리사회의 관심과 지원책을 촉구하는 ‘인문학 성명서’를 26일 발표했다. 이번 기회에 인문학에 대해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경제논리가 우선시되고 개인의 정신적 소양보다 당장의 이윤에 더 급급해 하는 세상이 된다면 ‘배부른 돼지’가 판칠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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