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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열매 - 김형중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자연의 섭리인가. 지난 여름 한바탕 휩쓸고 간 수해의 악몽을 달래다 보니 어느 덧 풍요를 노래하는 가을의 문턱에 서 있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누렇게, 혹은 빨갛게 익어가는 오곡백과. 먼 훗날 후회를 덜 하는 삶을 위해, 아울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누리기 위해, 늦기 전에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무릇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의지를 갖고 자아를 실현해 가는 존재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 행복을 찾고자 하는 의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때 사는 보람을 느끼고, 그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삶 가운데 열매를 따는 기쁨을 누리는 존재인 것이다. 어떤 일에 진력을 다하여 열매를 거두는 일이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열매 속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새로움을 알리는 봄에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니 청춘(20대 전후)이요, 무성하게 커 나가는 오곡백과는 돌봐주는 사람들의 정성과 땀을 먹으며 왕성한 기운을 발하니 여름(40대 전후)이다. 가을이 되면 드디어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보람의 열매(50대 전후)를 맺는다. 그러나 그 열매는 저절로 영글지 않는다. 그것들은 극진한 정성과 노력, 산고의 고통을 겪어 낸 수고의 산물이다. 농부의 땀방울과 뜨거운 정성을 먹지 않은 열매는 부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부의 땀을 머금은 밭에서는 반드시 탐스럽고 아름다운 열매가 열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모든 존재의 질서다. 또한 열매는 우리들에게 인과응보의 진리를 말해 준다. 콩을 심은 사람은 콩을 거두고, 팥을 심은 사람은 팥을 거둔다. 부지런히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돌본 사람은 성공의 ! 열매를 딸 것이며, 게으른 사람은 쭉정이만 거둘 것이다. 탐스런 열매가 열리기까지는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내가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느냐 보다는, 그 능력을 어떻게 올곧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그런 삶이 아름다운 삶 아닐까.

 

또 우리 삶에서 근면과 정직, 그리고 덕성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요소다. 성실한 정신, 정직한 마음, 선량한 의지, 타인과 협동하는 태도,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너그러운 심성, 진실을 사랑하는 양심의 감각, 겸손과 양보, 예의 등 모두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덕성이다. 이러한 덕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 차원으로 전락하지 않고 아름다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바로 보고, 바로 아는 것이다. 실패와 불행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제 분수에 맞지 않는 만용과 서툰 말장난 등으로 자기를 합리화 하면서 교묘하게 꾸미는 것에서 비롯된다. 자연에는 일정한 질서와 원리가 있고, 인생에는 도리가 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무리를 해서 이치를 거스를 때 돌이키기 힘든 불행과 비극이 자기 앞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평생을 통해 한 권 밖에 쓸 수 없는 인생역정의 자서전을 정독한다는 생각으로 생활해 갈 때, 우리들 모두는 한번뿐인 ‘삶의 나무’에서 보람과 행복의 열매를 딸 수 있지 않을까.

 

/김형중(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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