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간의 질에 의해서도 평가돼야
최근 전북지역에서도 아파트의 분양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소위 평당 가격이 지역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건축비의 책정과 적정한 분양가의 문제는 여러 가지 시장 상황에 따라 매우 예민한 객관적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책정 과정의 결과에 의한 분양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교통· 학군· 편의시설· 접근성 등의 입지조건· 채광· 통풍· 프라이버시· 소음 등의 거주성(居住性), 기타, 내부 시설· 규모· 선호하는 스타일 그리고 투자가지 등 여러 가지 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종 평가를 하게 된다.
이때 모델하우스에 꾸며진 평형별 내부 전시장도 보게 된다. 화려하게 장식된 전시용 모델하우스는 우리의 선택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우리가 선택하는 아파트의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평가 요소 이외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공간자체의 부가가치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라는 주거 건축의 형태는 도시의 고밀화(高密化)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건축적 방법이다.
여러 세대가 평면적으로 그리고 단면적으로 벽을 공유하고 모여 있는 집단주거 형태이다.
그러므로 단독주택의 여러 가지 공간적 형태와 구성을 단순화 또는 생략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제한점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아파트 건축에서 이렇게 생략된 중요한 공간의 하나가 바로 중간영역이다.
중간영역이란 외부영역과 내부영역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거나, 내부에 있거나 외부에 위치해 있더라도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의 이중성을 갖는 부분이다.
또한 내부와 외부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경계공간이다.
특히 주거건축의 내부와 외부 공간 간의 전환은 공적과 사적· 외부와 내부· 공개와 비공개의 연결과 분리와 같은 개념을 갖고 있다.
입구 홀은 공적이지도 사적이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공간으로서 외부로 부터의 간섭을 막아주는 공간적 형태와 의식적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의 입구 공간을 이러한 개념의 중간영역으로 해 주어야한다. 현관 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보이고 거실로 이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관문을 열면 그곳이 외부이면서 내부인 이러한 중간영역의 공간감을 느끼게 설계될 때, 그래서 이러한 과정적 공간이 존재할 때, 우리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공간을 향유하는 부가가치에 주목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파트의 분양가는 상품의 포장된 겉모습보다 인간의 삶의 질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고민이 담긴 건축 공간의 질에 의해서도 평가되어야 한다.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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