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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채택료 단상

‘남이 하면 투기, 내가 하면 투자’란 말이 한 때 유행했었다. 이런 표현의 핵심은 남과 나의 차별성에 있다. 같은 행위더라도 내가 할 때는 다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행위를 한다면 용서할 수 없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이런 표현을 통해서 사람들의 이중적인 잣대가 문제라는 사실을 지적하곤 했다.

 

교재를 둘러싼 소위 ‘채택료’ 문제가 다시 불거진 모양이다. 책값의 15∼20%를 교재를 채택한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판단을 못해서 우발적으로 빚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채택료를 받은 이유 가운데 가장 빠지기 쉬운 합리화는 혼자 사용하지 않고 채택한 사람들끼리 같이 사용해서 마치 공금인 듯 여긴다는 생각이다. 내심 다른 사람들이 알까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드러난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용도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했다는 변명은 사람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 이유는 십시일반(十匙一飯)에 있다. 천원짜리 교재라면 그 채택료가 고작 백원, 이백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교재를 사는 사람들이 백명을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는 마치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내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식의 위안을 삼게 하는 요인이다.

 

세 번째 합리화는 어차피 받지 않으면 출판사가 챙기게 되는 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책을 교재로 쓰게 될 때에는 이미 그 책의 정가가 붙여진 뒤여서 우리가 받지 않으면 결국 출판사 좋은 일만 해준다는 판단이 채택료 수수에 일조한다.

 

네 번째 이유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차떼기 수법에 비하면 그저 소꿉장난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 불거진 특정 분야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이러한 문제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언론매체에 노출된 단편적인 사건에 따라 그 분야 전체를 매도하려는 사회의 분위기이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를 돌려가면서 비하하게 되고 사회 전반에 서로를 불신하고 무시하는 역기능을 피할 수 없다. 곪은 데는 도려내야 하겠지만 우리 스스로 성한 살까지 도려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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