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복(전주 우아성당 주임신부)
지난 1월 사박오일 일정으로 북한에 다녀왔다. 일억 이천만원이 넘는 거금을 전달하고자 가는데도 입장료(?) 이백오십만원을 더 내야 했다. 별다른 벌이가 없는 나에게 그 돈은 꽤 부담되는 액수였고, 자존심 또한 너무 상해서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라도 쥐구멍 개구멍 되고, 개구멍 사람구멍 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 해야지…, 하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녀왔다. 참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으니까.
나의 직업이 신부이고 또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서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현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나라, 또는 국가라기보다는 일종의 종교 집단으로 보였다. 온 나라가 하나의 사상, 하나의 신념, 하나의 우상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일종의 철저한 종교집단으로 보였다.
그것도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 그래서 그 추운 겨울을 냉방에서 지낼 수 있고, 춥고 배고파도 견뎌 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은 하나의 공동 목표,-미국이 더 이상 자신들을 적으로 삼아 공격하지 않는 나라,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어 우리민족끼리 평화롭게 살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것 이였다. 그리고 바로 그 과업을 김 일성과 그의 후손인 김 정일이 해내리라고 굳게 믿고 따르는 순한 양들이 바로 북한 동포들 이였다.
그런데… 그 믿음 그 신앙은 과연 옳은 믿음, 옳은 신앙일까? 사실 현재 북한은 그러한 회의마저 용납 할 수 있는 실정이다. 왜냐면 그러한 사상과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북한은 사라지고 마니까.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북한이라는 나라는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 결국 그 믿음은 북한의 유일한 생존 양식이니 살아남으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믿음을 키우고 심화시켜나가야만 한다. 그 믿음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죽을 때 죽을지언정 그들은 그렇게 믿고 살 수밖에 없다 - 현재로서는… .
이런 안타까운 믿음, 이 어이없는 신앙이 북한 동포들만의 얘기 일까?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신앙이라는 우상의 노예가 되어 신음하고 있는지- 절대적 믿음이라고 하는 확인되지 않은 신에게 짓밟히고 있는지
아! 안타까운 지고…
진정 잘못된 신앙은 아니 갖는 것만 못하다. 잘못된 신앙인 보다는 아예 신앙이 없는 편이 낳다.
잘못된 신앙, 진리를 벗어난 종교- 이는 분명 아편, 아니 그 이상의 마약이다.
/권이복(전주 우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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