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기자(사회부장)
삼성홈플러스가 전주시에 대한 정면 반격에 나섰다.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으면 영업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6일 전주시에 제출한 준공검사 신청서에 이 같은 내용을 첨부했다. 노골적인 협박인 셈이다.
삼성홈플러스의 이 같은 태도는 다소 돌발적인 것이다. 삼성홈플러스 운영권을 쥐고 있는 삼성테스코(주)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주시와 머리를 맞대고 상생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역발전기금 10억원 + 알파'라는 최종안도 마련했었다.
그러나 영국 본사의 최고위층이 이 같은 상생방안을 거부했고, 양측은 이제 정면 대결만 남기게 됐다. ‘원칙’을 중시하는 외국인 회사로서는 법에도 없는 지역발전기금을 이해할 수 없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설령 이해할 수 있다하더라도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에 대한 무지와 오만함이 깃들여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기업은 중국법만을 검토할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중국의 사회나 문화, 체제 등을 이모저모 따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중국법이 보장하더라도 공산당이 반대하면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모든 가능성과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비로소 진출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삼성홈플러스측이 지역발전기금은 법에 없기 때문에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몰이해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삼성홈플러스는 건축허가 과정에서 향토기업을 내세워 편법으로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과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전주점 뿐만 아니라 익산점, 김제점 모두 공교롭게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나쁜 선례 운운하는 것은 더욱 심하다. 삼성홈플러스가 문을 열면 많은 돈을 벌게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홈에버 3개 유통업체의 올 9월까지 월평균 매출액이 340억원이 넘는다. 삼성홈플러스도 월평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훑어가면서도 지역을 위한 일에는 눈감겠다는 것은 기업윤리의 실종이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돈만 훑어가고 지역사회 발전은 나몰라라 하는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대형 유통업체의 매력은 매우 크다. 넓고 깔끔한 매장에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찾기 쉽도록 잘 정리돼 있다. 게다가 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고 최저가격보상제 등을 내걸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현재 각 자치단체는 대형 유통업체 진출을 놓고 난리다. 지역경제가 거덜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풀뿌리 경제주체라고 할 수 있는 재래시장이 쇠락해가고 동네 가게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슈퍼마켓들도 외국계 체인점들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전주지역의 한 중견 마트가 부도를 냈다. 외형적으로는 무리한 건축공사에 따른 부도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날로 심해지는 치열한 경쟁환경과 무관치 않다.
상황이 이쯤 이르다보니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얼마전에는 국회 김재홍 의원의 주도로 익산에서 정책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형유통마트가 지역경제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으로 지역상품 일정비율 이상 판매, 현지법인화,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등이 논의됐다.
삼성홈플러스 전주점은 건축공사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이해한다면 점령군의 모습이 아니라 친구로서 다가와야 할 것이다. 지역에 대한 코딱지 만한 배려를 아끼려다가 주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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