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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조급증

한국 사람 수명이 부쩍 길어진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염라대왕이 명줄이 끊긴 영혼 데려다 천당행이냐 지옥행이냐 분류 작업을 하는데 이 때 한국 영혼들만 이상하게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쓴단다. 그 때문에 염라대왕이 골치가 아파 한국 영혼들이라면 기피증이 생겼는데 이것이 거꾸로 한국 사람들의 수명을 늘려주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무슨 소린지 그방 알아차렸겠지만 정말로 우리 한국 사람 찜질방 좋아하는 것은 염라대왕도 못말릴 지경이다.

 

염라대왕이 한국 사람을 기피하는 이유 또 하나. 명이 다해 저승으로 데려갈 사람 명단 하나님께 보고하고 이승에 내려와 보면 얼굴 뜯어고친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도대체 헷갈려서 애를 먹는단다. 그래서 종종 엉뚱한 사람을 데려갔다가 하나님에게 야단을 맞는다는데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 한국 사람이라면 염라대왕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단다. 이제 성형수술 하고 찜질방만 다니면 장수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니 우리 한국 사람들 별도로 건강관리 할 필요가 없어 좋겠다.

 

말쟁이들이 웃자고 지어낸 우스갯소리지만 이 농담 속에서 우리는 한가지 한국인의 특성을 엿볼 수가 있다. 남이 뭣을 하면 금세 몸이 달아올라 안하고는 못배기는 '조급증'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급증은 필시 쉽게 열 받았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현상' 을 부르는데 이 냄비현상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의외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배 고픈 것은 견뎌도 배 아픈 것은 못참는 시기심, 양보는 해도 지고는 못사는 경쟁심, 올인을 해서라도 얻어내고야 마는 성취욕이 조급증을 부채질하고, 이 조급증으로 인해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정부가 대책이라는 대책은 다 내놓았지만 아직도 아파트 투기 광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조급증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폭발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 가계부채 559조 가운데 무려 58%가 집을 사기 위해 빌린 주택담보대출이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치솟기만 하던 집값이 반토막나버린 일본의 뼈아픈 경험을 보고서도 왜 이렇게 미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추락할 때는 날개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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