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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전북, 소차다보(少車多步)의 역설

홍동기(경제부장)

알아두면 좋은 상식으로 통용되는 ‘건강 십계명(十誡命)’중에 소차다보(少車多步)가 있다. ‘차를 적게 타고, 많이 걸어라’는 뜻을 가진 이 계명은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현대인들에게 장수수칙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최근 웰빙(well-being)추세에서 걷기는 여러 운동중 가장 경제적인 운동으로도 꼽힌다.

 

도보및 자전길이 조성된 전주시내 전주천과 삼천천·정읍시내 정읍천 둔치 등에 사시사철 시민들이 찾아 긴 행렬을 이루며 걷는 모습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통계청 전북통계사무소가 발표한 2005년도 통근·통학인구 조사결과는 전북도민들에게 씁쓸함및 서글픔을 남겨주고 말았다.

 

전북지역 통근·통학인구 89만2000명을 대상으로 이용교통수단을 조사한 결과 도보가 가장 많은 36.1%(전국 29.3%), 승용차 34.2%(전국 32.3%), 버스 19.1%(전국 22.8%), 자전거 2.8%(전국 1.2%)로 나타났다.

 

이용교통수단별 구성비를 얼핏 들여다 보면 전북도민들이 웰빙시대에 부응, 건강을 유달리 추구하고 있고, 경제적 여유로 자가용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게 문제다.

 

도보와 승용차 이용이 타지역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 이용하기가 상대적으로 불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결과이다.

 

건강 추구와 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된 도보와 승용차 이용이 아니라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고 불편한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방증해주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노선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었더라면 도민들이 촌각이라도 아껴야 할 통근·통학때 힘들여 발품을 팔지 않아도, 고유가 시대에 승용차를 끌고 나오지 않아도 될텐데라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산업자원부가 지역발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2004년 기준 전북의 지역경제력 지수는 4.85(전국 평균 5.15)로 전국 16개 광역 시겣?가운데 15위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교통이용수단이 대중교통보다 승용차 중심으로 이뤄지면 극심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은 물론 물류비용이 늘어나 막대한 사회경제적 고비용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지역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까지 낳고 있다.

 

따라서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수단이 제기능을 발휘할수 있도록 대중교통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개선책이 촉구되고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시스템 개선이 그리 간단치 않을 듯 싶다.

 

도내에는 2006년말 기준 벽지손실보상 버스노선이 436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78년부터 시행된 벽지손실보상은 수익이 크게 떨어지는 노선 운행 버스업체에 자치단체에서 손실금을 보상해주는 것으로, 도내 인구감소에 따른 버스 승객 감소로 이어진 산물이다.

 

결국 인구감소·대중교통 이용 불편·지역경쟁력 악화 등은 서로 악순환을 초래해왔고 이 모든 것이 지역 발전 및 경제력와 맞물려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도민들의 많은 걷기가 대중교통수단이 불편해서 아니라 웰빙시대 건강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는 날이 하루빨리 실현되도록 획기적인 지역발전에 자치단체와 도민들의 역량과 지혜가 결집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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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기 hongd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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