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호(익산본부장)
부탁과 청탁에 관련된 옛날 얘기가 있다.
위(衛)나라 대신 우재가 노(魯)나라 사신 후성자에게 어느날 술을 대접하게 됐다.
흥겨운 술판이지만 우재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기쁜 얼굴 표정이 아니었다.
술자리가 어느정도 끝나갈 무렵 술이 얼큰히 취해 온 우재는 보석을 꺼내 후성자에게 선물로 주었다.
어느날 후성자가 우재의 집 곁을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자 하인이 그 까닭을 물었다.
후성자는 "우재가 술 좌석에서 음악을 들으며 슬픈 얼굴을 한 것은 걱정이 있음을 내게 보인 것이고, 또 나에게 보물을 준 것은 그것을 내게 맡겨 두려는 심산이었지.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머지 않아 위나라에 난이 일어날 것이야." 하고 말했다.
얼마 뒤 정말 위나라 대부 영희(寧喜)가 반란을 일으켰고, 그 와중에 우재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세월이 좀 지난 다음 후성자는 우재의 가족을 데려와 자신의 저택 한 쪽에 살게 하고 우재의 아들이 다 자라자 받았던 보물을 아들에게 되돌려 주었다고 하니 말은 한 마디 하지 않았으나 우재는 뒷일을 후성자에게 부탁했고, 후성자 역시 말 한마디 듣지 않았지만 우재의 부탁을 다 들어 준 것이다.
모름지기 청탁 혹은 부탁이란 이렇게 가슴이 통하고 뜻이 통하는 사람 사이에서야 비로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것을 전해준 뜻깊은 의미의 얘기 한토막이다.
요즘 익산시의회 의원 몇명에 대한 시중 여론이 좋지 않게 떠돌고 있다.
익산시가 업무용 화물차가 필요하여 차량을 구입하려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의원과 B의원 두명이 자신들의 친인척을 통해 차량을 구입토록 압력을 행사하여 어쩔수 없이 이들을 통해 차량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C의원은 발주되는 사업마다 고개를 내밀면서 자신이 추천하는 업체에게 공사를 맡기도록 종용하고 있는가 하면 영세민 발굴과 추천에도 깊히 관여하면서 후에 자신이 도와준 영세민들을 선거 운동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떠돌고 있는 얘기다.
또다른 시의원도 이에 못지않게 직위를 악용하는 표본으로 지적되면서 공무원들로하여금 적지 않은 원성을 사고 있다.
D의원과 C의원등은 지난 채규정시장 시절부터 공무원 인사에 깊이 파고들어 공무원들로 하여금 속칭 인사 로비스트라는 애칭(?)까지 얻고 있다고 하니 이들 시의원들에 대한 활약이 너무 도를 지나친것 아니냐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다.
직위를 악용하여 집행부에 대한 이들의 줄기찬 압력 행사를 둘러싼 시중 소문이 만일 사실이다면 정말 기가막힐일이 아닐수 없다.
물론 본인들은 이같은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있어 진실 여부는 분명 가려져야 하겠지만 일반적인 시민들의 생각이 아니땐 굴둑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고개만을 연신 갸우뚱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해당 시의원들은 반드시 자신들의 처신과 행동을 되짚어 보길 바란다.
그만큼 불신의 벽이 높아있다는것을 지적하면서 올바른 처신과 행동을 충고한다.
소문이든 사실이든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진실이 깊숙한 구멍속에 갇혀 있거나 두터운 껍질속에 감춰져 있을때 진실을 가장한 거짓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그럴듯하게 윤색된 거짓일수록 표면이 매끄러워 사람들의 눈을 쉽게 속인다.
갇혀있던 진실이 어느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때, 껍질에 싸여있던 진실이 알맹이를 보일때 사람들은 그동안의 거짓에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에 큰 분노와 허탈을 느낀다.
특히 권력을 앞세워 진실을 감추고 도에 지나친 거짓을 행할때 우롱당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칠고 뜨겁다는 사실을 깊히 헤아려 우재와 후성자간에 있었던 상식의 부탁과 청탁으로 시민들에게 쌓여있는 불신의 벽을 허물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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