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도의회 의장)
베풀고 나눈다는 것은 분배가 고르지 못한 사회의 응달에 햇빛을 비추는 것과 같다. 올해도 보통사람들의 ‘기부’가 실핏줄을 타고 흐르는 피처럼 우리 사회의 온기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모금한 성금액이 애초 목표액 24억원을 초과한 26억2,937만원이라 보도됐다.
7년째 성금을 놓고 간 얼굴 없는 천사,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기초생활비를 한푼 두푼 아껴 기탁한 60대 할머니 등 가슴 찡한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진 덕분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이웃에 대한 사랑과 정이 많은 살 만한 사회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기부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조사 결과 미국은 10가구 중 9가구가 기부를 하며 기부액은 평균 620달러(약 60만원)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구당 평균 7만원 수준으로 소득수준을 감안한다 해도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미국의 경우 부자순위는 기부금 순위와 같다고 한다.
미국 상류층의 기부문화 전통을 세운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그의 저서 ‘부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을 통해 “부자의 인생은 두 시기로 나뉘어야 한다.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부는 부를 분배하는 시기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카네기는 66세이던 1901년 은퇴하여 1919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공공도서관과 학교를 짓는 등 재산 모두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부자들은 선망의 대상은 될지언정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부자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주 원인이겠지만, 선진국에 비해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베풀고 나누는 삶에 인색한 것도 한 요인인 듯 싶다.
반면, 우리사회에는 ‘받는 것’을 못 가진 쪽의 당연한 권리쯤으로 여기고 ‘주는 쪽’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요즘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 베풀고 나누려는 사람이나 기업으로서는 ‘나눔’을 포기하고 싶어질 일이다. 기부자와 기부 행위에 대해 존경하고 감사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아닐까 싶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은 바람 끝이 매서운 겨울이다. 농촌에 가면 높은 나뭇가지에 듬성듬성 빨간 감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까치밥’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늦가을에 감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다 따지 않고 몇 개씩은 남겨 놓았다. 한 겨울을 나야 할 까치의 허기라도 면해주기 위한 작지만 따뜻한 배려다.
그래서 까치밥은 욕심내지 않고 이웃에게 베풀며 살아간 우리 조상들의 나눔의 정신이 배어 있는 풍속이다.
이처럼 기부란 나뭇가지에 매달려 세상에 온기를 전하는 까치밥처럼 따뜻한 나눔으로 세상을 채워가는 작지만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것이다.
기부는 남을 기쁘게 하기에 앞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내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남을 돕겠다’ ‘나 살기도 힘든데 남을 어떻게 도와 주겠는가’ 등의 말로 기부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경험자들은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커피 한 잔, 소주 한잔 값을 절약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큰 행복을 만들어보자.
올해에는 많은 도민들이 조그마한 기부라도 시작해 작지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김병곤(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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