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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빌딩숲으로 뒤덮인 서울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네가 미덥구나

성진숙(시인)

주신아!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내가 결혼을 앞두고 설레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너의 결혼을 앞두고 그때처럼 설레이는 건 왜일까? 오늘은 유난히도 네가 그립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진눈비로 변하더니 잿빛커튼 사이로 함박눈을 퍼붓는구나. 눈 깜빡하는 사이 앞산엔 눈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주신아! 힘들지?

 

눈 돌리면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잠시 피로라도 풀 수 있는 어미이지만, 사방이 아파트와 빌딩숲으로 뒤덮인 그곳 하늘조차도 퇴색해버린 서울의 일터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네가 자랑스럽고 더욱 믿음직스럽다.

 

주신아! 생각나니? 어느 가을 밤, 하늘엔 별이 총총하였지. ‘달 밝은 가을 밤에 기러기들이…’ 어미 손을 놓칠까봐 잰 걸음으로 방죽가를 지나 집에 갈 때면 우리의 애창곡이었던 거, 그 덕인지 몰라도 초등학교 5학년 땐 전북을 대표하여 제10회 MBC 창작동요제 본선에서 뽐내기도 했었지.

 

네가 세상에 태어나 하늘만큼 높고 컸던 어미의 꿈도 지금 너와 꼭 았을거야. 그 꿈을 안고 예쁘게 자라 이제 여인의 길을 가려는 구나.

 

주신아! 자랑스럽다. 네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듯이 이 어미도 꿈을 꾼 단다. 오늘처럼 함박눈이 탐스럽게 쏟아지는 날엔 함박눈처럼 넉넉한 그리고 소담스런 꿈을… 주신아! 이 말을 하고 싶어. 행복은 네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성진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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