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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이순을 넘기려면 세상만사가 부등식이라는 걸 깨닫게...

전병윤(시인)

어제 밤은 만가을, 곱게 물든 단풍잎이 뜰에 가득 떨어졌는데 한 잎 두 잎 잎새마다 모두 외숙 사진 이었어요.

 

나는 그 잎새마다 내 두근거리는 심장의 지문을 찍어 밤새도록 엽서를 쓰다가 개어나서 문을 열고 보니 보춘화가 개나리도 아닌 것이 개나리처럼 샛노란 이른 봄을 피웠네요.

 

그 때가 겨울방학 때였죠? 중학교 수학책에 나오는 부등식을 풀다가 내 잠은 휴지처럼 구겨져 버리고 아직은 미명인데 외숙의 신혼잠을 깨운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부등식은 알게 되었지만 중년에 모두 잊고 살다가 이순을 넘으면서부터 세상만사가, 심지어는 사랑마저 절대이든 조건이든 부등식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철학관을 함께 찾아간 적이 있었지요. 외숙은 목탁비조, 저는 백구함이라고 네 글자씩을 쓴 족지 한 장식을 받아 들고 나오면서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중얼거렸지요. 그 후 외숙은 법대로 가서 먹고 사는데는 걱정이 없었지요.

 

그러나 고기를 물고 다니는 백구가 아니고 흙을 파고 생명을 소중이 여기는 농업인들의 길동무가 되었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외숙을 닮아 보려고 애를 썼지만 발자국이나 걸음새가 같지 않을뿐더러 등식이나 등가는 수확 이론에 불가하고 세상만사의 순리를 부등식이 끌고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외숙을 못내 그리다가 이 새봄에 청매화, 보춘화 냄새 젖은 엽서 한 장 올립니다.

 

/전병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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