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호섭(전북산악연맹 회장)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이후 한번의 거스름도 없이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산. 봄에는 연한 신록의 색깔로, 여름에는 초록을 자랑하는 옷차림으로 힘 있게 우리를 유혹하는 게 바로 산이 주는 매력이다. 또 가을에는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물들이고, 겨울은 하얀 옷차림으로 깨끗하게 단장하고 우리를 향해 정다운 손짓을 하는 게 바로 산이다.
이런 산이야 말로 잠시나마 우리를 세속의 온갖 것을 다 잊게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전북산악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나 역시 오래 전부터 산의 이런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조용한 산길을 따라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내딛다보면 나무와 돌, 바람 등 대자연과 대화를 나누게 되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다시금 대자연의 고마움과 겸허한 마음이 되살아나 마치 산이 따스한 어머니 품 안과 같이 느껴져 한 없이 산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이다.
또한 산은 수 많은 인간의 고뇌를 청순한 자태와 온순한 그 큰 가슴으로 따뜻하게 보살피고 너그럽게 포용하여 준다. 나라 안에서도 지역감정이나 계층간 세대차이의 갈등으로 얼마나 많은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산은 그래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우리에게 상생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줌으로서 다 같이 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상기시켜준다.
예로부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허영이 없고 겸손하여 몸이 건강하고 의지가 강하여 어려운 여건을 참고 견디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투지도 길러주고 또한 소박하고 순수해 낭만적인 생활을 갖도록 마음의 여유가 있어 좋다. 또 등산은 산을 오르는 과정을 통해 하체강화와 심폐기능향상, 신진대사 촉진은 물론 각종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등산은 막연한 불안감, 사람에 대한 미움과 갈등, 불필요한 걱정 등을 씻어낼 수 있으며,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에 대해 반성의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내가 많은 운동 가운데 등산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등산을 좋아하게 된 것은 이 것 말고도 다른 이유도 있다.
정상에서 산 밑을 내려다보면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힘들고 고달픈 기억이 한순간에 달아난다. 그리고 모든 힘을 다해 ‘야호’하고 소리를 질러보는 쾌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또 하나는 정상에 도착하기 전 약수터에 들려 땀을 흘린 후 마시는 생수 한 모금…그리고 짧은 휴식시간.
난 이 순간을 경이로운 시간으로 생각한다.
생수 한모금은 그 어떤 물 한 모금보다 값진 것이며, 짧은 휴식시간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산 후 갖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이다.
등산 후에 먹는 콩나물국밥과 모주는 세상의 어떤 음식과도 견줄 수 없다. 여기에다 사우나까지 곁들이면 일주일간의 피로와 노곤함, 산에서 흘린 땀이 말끔히 사라지게 돼 좋다.
이처럼 등산은 묘한 매력이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또 다시 찾아 왔다.
봄이 오면 으레히 세우는 계획 가운데 하나가 건강을 위한 운동이다.
축구와 수영, 자전거 등 수 많은 운동 가운데 어떠한 운동을 선택할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산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등산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번잡한 생활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잊게 하니 이 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내가 수 십년간 산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엄호섭(전북산악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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