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주(소설가)
황형, 어제는 계절을 잊고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는 집앞 텃밭의 조팝나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꽃이 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냥은 지나치지 않을 3월의 꽃샘이 염려스러운 것이지요.
황형, 올해로 교단에 선지 서른 다섯 해가 되는가요? 한 사람이 한 길을 30년을 반복하여 걸어왔으면 눈을 감고도 훤할텐데, 선생님의 길이 늘 새롭고 어려운 것은 만나는 아이들이 늘 새 얼굴이기 때문이라고 했던가요? 선생님은 가르치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요? 언제가 황형이 했던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한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으며, 가르치는 일이 도열병 든 논에 농약을 뿌리는 일이 아닌데, 사람들은 너무 성급하다’는 말이 문득 가슴을 때립니다. 황형은 또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를 자격증도 없는 비전문가들이 평가한다고 나서는 교육현실이 안타깝고, 명분이야 어떻건 학생들을 내팽개친 채 연가투쟁이다 뭐다해서 교단을 비우는 일부 동료들이 안쓰럽다고도 했었지요.
황형, 새롭게 만난 아이들에게 일일이 꽃 이름을 붙여주면서 어떻게 사랑해줄까를 궁리하고 있을 황형이 이 아침에 참 그립습니다.
/최정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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