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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서커스 '퀴담'

서커스는 동물들의 연기나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묘기로 구성되는 쇼나 구경거리를 일컫는다. 곡예, 덤블링, 저글링(접시나 공던지기), 밧줄타기, 동물묘기, 팬터마임 등과 같은 것들이다. 우리가 구경해 온 서커스는 대부분 이런 곡예류의 단편적인 것들이다. 스토리가 없으니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여운도 남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곡예단은 동춘서커스단이다. 일본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던 박동춘이 1925년 30여명을 모아 '동춘서커스단'을 창단한 게 시발이다. 1960~70년대에는 단원들만 2백50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때는 관객 5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허장강과 코미디언 서영춘, 배삼룡 백금녀 남철 남성남 등 수많은 스타가 이 서커스무대에서 배출됐다.

 

이런 동춘서커스단도 예전 같지 않다. 겨우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 '토종 서커스' '추억의 동춘곡예단'이란 말을 쓸 정도로 쇠락해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진화하지 않고 예전의 포맷과 스타일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지금 서울 잠실운동장 한켠에서는 대단한 서커스 흥행이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단’이 지난 3월 29일 막을 올린 '퀴담'(Quidam)이 그것이다. 공연 15회만에 4만 관객을 돌파했고 연일 예매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을 뜻한다. 어린 소녀와 머리 없는 ‘퀴담’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익명성의 사회와 소외된 세상을 희망과 따뜻한 화합이 있는 곳으로 바꾸어 놓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갖가지 묘기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루하기만 했던 서커스에 연극과 무용· 뮤지컬을 접목해 전혀 새로운 장르의 서커스를 선보이고 있다.

 

공연이나 음악, 이미지의 조화도 뛰어나지만 이 서커스에서 진정 부럽게 느껴야 할 것은 어느 평론가의 지적처럼 옛 문화컨텐츠를 가져다 다시 새 생명을 입혀내는 창의력이다. 이 창의력이 연매출 1조원을 올리며 불루오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게 만들고 있다. ‘세계 공연예술의 혁명’이라는 찬사도 이 창의력 덕이다.

 

‘퀴담’은 21세기 문화산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 예술과 전통의 중심도시를 꿈꾸는 전주와 전북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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