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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부모님 뜻 따르려 했는데 어째서 승낙 안했는지요

김옥녀(시인)

누가 써 보냈을까/ 가시울타리 너머로/ 노랑봉투에 담긴/ 봄 편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울렁거려 뜯어보니/ 왈칵 안기는 봄/ 그대이거니. - <개나리꽃>

 

한! 나는 이렇게 개나리꽃 만 보아도 한을 그리며 혹시 한의 편지가 아닌가 기대하면서 그리움을 시로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50년 된 일이네요. 한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는 둘도 없는 친구 분, 제가 술상도 많이 보아드렸어요. 앉으면 딸 자랑 아들자랑 그렇게도 재미가 있으셨나 봐요. 한과 나를 결혼시킨다고 온 동네 소문이 나고, 나는 동네 결혼 안한다고 발발 뛰고, 한은 공부한다고 버티고. 나는 한을 찾아서 절대 대답하지말라고 부탁까지 했었지요. 그러다 한해 두해 넘기다 다른 혼 길을 찾게 되었지요.

 

한! 꼭 묻고 싶어, 그때 왜 승낙을 안했었는지? 내가 부탁해서 그랬었는지 아니면 문학 공부하는 내가 실어서 승낙을 안했는지. 꼭 한번은 묻고 싶어?

 

이제 황혼녘 앞에 서서 한평생을 끌고 온 그 말 못했던 사연 한번 듣고 싶어. 내 운명을 바꿔 놓은 그 사연을 말이야.

 

/김옥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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