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대종경(大宗經) 이야기입니다.
돼지들을 기르는 어느 농장에서 저장하던 보리가 장마에 상하자 사료 대신 보리를 삶 아 주었습니다. 돼지들은 보리를 먹고 눈에 띄게 살이 쪘습니다. 그러다가 상한 보리가 다 떨어지자 주인은 다시 겨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돼지들은 잘 먹지 않고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그 사이 몇 달 동안 맛있게 먹던 보리에 습관을 들인 입맛을 바로 고치지 못하고 심하게 고통을 받은 것입니다.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깊은 진리를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천하에 부족함없이 잘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가난해지면 그 고통이 몇 배에 달합니다. 큰 권세를 누리고 거칠 것이 없이 살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그 위를 잃으면 만사가 허무해져서 방황하기가 십상입니다.
백년도 안 되는 세월을 살면서도 우리가 내 자신 앞에 갑자기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때문에 예로부터 모든 성현들은 인간의 부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서가모니 부처님은 장차 왕위에 오를 왕자의 지위에 있었지만 인생의 참된 깨달음을 위하여 한밤중에 성을 넘어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서 수행 정진하였으되 한때도 화려한 왕궁의 생활을 그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도 없이 마굿간에서 태어나셨으되 이로 인하여 마음에 고통을 받지 아니하셨습니다. 중국에 순인금은 원래 왕손이 아니라 밭 갈고 질그릇을 굽는 천한 신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임금의 추천을 받아 왕위에 오르셨으되 왕위에 오르기 전 그 마음과 비교하여 조금도 교만하거나 넘치심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한 때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있어도 평생 두루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왜 마음으로는 항상 행복을 원하는 데 현실은 그와 같지 못할까요? 항상 행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별별스런 노력을 다하는데도 뜻과 같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릇 형상있는 모든 것들은 다 변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하는 것은 허망한 것입니다. 있다가도 없고, 천년만년 갈 것처럼 견고하다가도 어느 날 문득 허무하게 무너져버립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꽃피는 봄이 아름답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예수님의 부활절도 있고 원불교 대종사님의 깨달음을 기념하는 명절도 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있습니다. 좋은 시절 성현들의 좋은 가르침과 함께 좋은 인생을 명상하면서 다 같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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