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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도 '성형바람' 불었으면 - 김원규

김원규(농협 효자동지점장)

며칠 전 피부과에 들러 점(点)을 뺐다. 미루고 미루던 끝에 무심코 얼굴을 맡긴 것이다. '견적이 조금 나오겠는데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다.

 

거울 앞에 서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리모델링 수준의 레이저 쇼(?)를 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다. 앞선 아가씨는 퉁퉁 부어 오른 자기 얼굴을 보고 연신 깔깔 웃어 댄다. 쉰 넘은 나이에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점(点)을 빼고 집에 들어 오니 '얼굴을 조사(照射)버렸구먼', '공사비는 얼마요?' 아내가 놀려대며 하는 첫마디다. 내일은 섭외를 해야 하는데…. 마음이 심산하다. 걱정 끝에 지난 밤을 설쳤다. 이왕에 이리 된 것 어쩔 수 없다. "点 빼고 나면 뭔가 달라 보이겠지". 스스로의 위안이다.

 

최근 병원이 미인을 디자인하려는 사람으로 넘쳐 난다고 한다. 성형이 보편화 되고 있다. 국세청장도 세금 혜택을 검토한다고 하니 국민적 관심사인가 보다. '워킹맘, 피오나 주부'는 삼~오십대의 일하는 엄마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들의 '美테크' 최우선 순위는 주름진 눈 주변을 팽팽하게 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 못지 않게 문화와 트랜드에도 민감하고 외모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회생활에 있어 외모가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결코 중·장년층에게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먼저 집을 바꾸고, 가구를 바꾼다. 그런 다음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미국의 텔레비젼 프로그램 중에 성형수술로 '신데렐라'가 되어 자신의 용모를 바꾸어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객이 본 영화 중에 ‘미녀는 괴로워’가 있다. 시놉시스(줄거리)는 성형을 통해서 자신감있게 자신의 가창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미지시대가 도래했다. 예뻐지고 젊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영자 60%는 성형수술이 자신감 회복 등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30%는 자신도 성형 수술을 받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생활과 대인관계에서 호감을 주고 싶어 성형수술을 고려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루밍(남성 외모 가꾸기), 나오미(Not old image)족, 레옹족, 하하족, 안티 에이징(Anti-Aging)은 멋져 보이기 위한 신조어다.

 

가끔씩 '아직도 여전히 젊다'라는 말에 자꾸 情이 끌리는 이유는 뭘까. 21세기 한국사회의 강력한 호감코드는 동안(童顔)과 몸짱이다. 미국의 시트콤 배우인 제리 사인펠트는 '사람은 얼굴만으로도 먹고 산다(You don't see many handsome.)'는 진담 같은 농담을 했다. 이른 바 외모지상주의(lookism)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해지는 만큼 아름다움의 기준 역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 일지'에서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며 "얼굴 좋은 사람보다는 마음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말했다. 외양 못지 않게 내적 수양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모처럼 얼굴경영에 나섰다. '거울아, 거울아 젊어지고 싶니?' 거울은 아직 대답이 없다. 얼굴에 점(点)을 빼고 나니 문득 경제가 생각난다. 경기침체, 북핵, 부동산, FTA 타결, 실업, 환율 등 편할 날이 없다. 얼굴의 점(点)처럼, 경제의 点도 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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