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이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거나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죽는 찻길동물사고(로드킬)이 매년 늘고 있다. 찻길동물사고는 야생동물에 대한 인간의 ‘계획된 살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야생동물의 본래 터전이었던 곳에 도로를 내는데만 급급해온 무관심이 빚어낸 ‘예견된 참변’이기 때문이다.
전주지방환경청이 지난해 도내 48개 야생동물실태 조사구 주변과 이동통로등에서의 찻길동물사고를 조사한 결과 174마리의 포유류가 차에 치여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족제비 51마리와 너구리 47마리가 희생돼 이들 두 종류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몸집이 큰 고라니도 9마리나 참변을 당했다. 양서류·파충류 까지 포함하면 희생된 동물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생태계가 그만큼 회복되고 있는것을 반증하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개발사업과 도로개설이 이어지는 한 계속될 것이다. 나아가 찻길동물사고는 야생동물 자체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자칫 차량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차량앞에 갑작스럽게 뛰어든 야생동물을 피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거나 급히 핸들을 꺾다보면 뒤에 따라오던 차량과의 충돌이나 전복등의 사고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농촌 산간부를 다니다가 이같은 아찔한 경험을 겪은 운전자가 주변에 적지 않다.
찻길동물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로에 동물들의 이동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 설치된 곳이 적다보니 사고방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내에 이동통로가 설치된 곳은 25개소에 그치고 있다. 이동통로가 없는 도로는 사실상 사람이 만든 야생동물에 대한 최대의 ‘인공(人工) 천적’인 셈이다.
차량에 치여 죽은 동물들의 사체 처리도 혼선을 빚고 있다. 처리 전담반이 없을뿐 아니라 각 자치단체마다 사체 처리방법을 규정해 놓은 조례가 달라 손발이 안맞는 실정이다. 보완이 절실하다.
도로가 갈라놓은 생태축을 이어주는 일은 인간이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다. 야생동물의 생태 단절이 우려되거나, 이동이 잦아 사고가 잦은 곳 부터 생태통로를 추가 설치하는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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