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숙(교육부국장)
전북대 교정에 걸려있는 '우리의 한표가 대학의 미래를 결정합니다'는 등의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전북대와 익산대학의 통합 찬반 여부가 23일이면 결정된다. 전북대 교직원 1283명(부재자 포함)이 22일과 23일 투표를 치러 통합 찬성률이 50%이상 나오면 23일 하루 투표에 참여한 익산대(부재자 포함 110명)의 투표함도 23일 저녁 개봉된다.
전북대와 익산대 이들 두 대학 본부측은 군산대 등 3개 국립대학 통합 추진과정에서 지난달 군산대와 협상 결렬을 경험했기에 투표일을 앞두고 초긴장하고 있다. 본부 관계자들은 이번에 통합에 실패하면 대학의 미래는 없다는 불안감을 내보이고 있다.
대학통합 문제는 대학 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발전의 입장에서도 긴급하면서도 중차대한 문제다. 전북대와 익산대의 통합은 통합을 통해서 규모를 키운 타 시·도 국립대학들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수 선택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까지 이미 12개 국립대학이 6개로 통폐합됐으며 올해에도 경기도의 한경대와 재활복지대학이 통합을 확정지었고, 경북대와 제주대도 각자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통합은 대학의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대학의 위상과 경쟁력 확보는 특성화와 교육·연구 기반 조성 등을 통해 이뤄지고 여기에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대학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은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통합을 통해 학생규모를 늘리고 정부로부터 통합특별지원금이나 국책사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의 대폭 인상은 거의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때문에 많은 대학들이 대학통합을 통해 재원을 확충하려 하는 것이다.
통합전북대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200억원 이상의 통합특별지원금에, 정원 증가에 따른 국고지원 예산 증가, 누리(NURI) 후속사업 등 국책사업 유치 인센티브, 교직원 배정수 증가, 로스쿨 유치 가산점 외에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부 정책에 따라 2009년까지 감축해야 할 5%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돼, 이에 해당하는 학생 수만큼의 재원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학 통합은 또한 지역 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이 분명하다. 인구 180만명에 대입 응시자수는 정원의 65%에 불과하고, 지역산업기반이 미약한 전북지역에 타 지역 거점대학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대학의 필요성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통합을 이뤄 전북대학교가 지역 거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찾는다면 도내 사립대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자극제가 돼 우수인재 유치와 지역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만약 이번 통합이 무산된다면 지역 내 국립대학들이 군소 대학들로 전락하게 되고 가뜩이나 부족한 우수인재의 타 지역 유출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대학 몰락’의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종국엔 지역 공동화와 지역경제 붕괴라는 극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북대가 올해 반드시 대학통합을 이뤄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교육부가 올해까지만 통합지원금을 지원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부터 강제 통폐합은 통폐합대로 당하고 정부지원은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경북대는 공대 이전 약속까지 하면서 금오공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대도 수의대의 특성화분야를 익산캠퍼스로 이전하고 익산대의 농학계열 학과는 단과대학으로 개편하는 한편, 공학계열 학과는 전주캠퍼스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수의과대학의 동물분야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하고 익산대 농·공학 계열을 현장 맞춤형 인재양성 창구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제 2008학년도 통합전북대학교 출범을 위한 공은 전북대 구성원들에게 넘어갔다. 전북지역 경쟁력을 대학이 선도하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허명숙(교육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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