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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나팔과 나발

두루 아는 바와 같이 한해살이 풀꽃 중에 나팔꽃이 있다. 꽃 모양이 서양 관악기의 한 종류인 나팔과 비슷해서 그렇게 일컫는다.

 

전에는 나발꽃이라고도 했으나, 지금은 모든 사전에서 나팔꽃만을 표준으로 인정한다. 나팔바지와 나팔관(여성 몸의 한 부분)도 이런 부류에 든다. 우리나라 군부대에서는 새벽에 잠을 깨우기 위하여 트럼펫을 연주하는데, 그것을 ‘기상나팔’이라고 한다.

 

나팔꽃은 그 줄기가 다른 꽃나무들을 감고 올라가기 때문에 조금은 미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침마다 해말갛게 피는 모습이 예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창틀을 따라 올라가게 가꾼 나팔꽃은, 창문을 열면 신선한 아침 공기와 함께 반짝이며 애띤 웃음을 짓는 것 같기도 하고 ‘뚜우우’하고 경쾌한 나팔소리라도 울려 줄 것만 같다.

 

그런데, 관악기에는 나팔 외에 나발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발은 관(대통)이 매우 긴, 우리의 전통 악기이다. 앞서 말한 나발꽃의 근거가 이것이다.

 

우리 겨레가 먼저 접한 것은 아마도 나발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함부로 떠벌리다.’를 뜻하는 동사로, 일찍 부터 ‘나발 불다.’가 쓰였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겠다.

 

그럴 때에 나팔불다는 비표준이다. 술 마시는 행위 중 한 가지를 가리키는 동사도 물론, ‘병 나발불다 ? 나발불다’가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니 나팔을 연주하는 사람은 나팔수이지만 나발을 연주하는 사람은 나발수라고 해야 맞다.

 

따라서, 트럼펫을 부는 것은 ‘나팔을 부는’것이지만, 당치도 않은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나발을 부는’것이며, 술을 병째로 들이마시는 것도 ‘(병)나발을 부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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