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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보복폭행사건 이야기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의 옷을 벗기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논란을 불러온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은 하마터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은폐될 뻔 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만일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더라면 김회장의 구속과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조폭동원- 늑장수사- 청탁 및 외압 등은 묻혔을 것이다.

 

이 사건은 3월8일 발생했다. 다음날 서울청 광역수사대가 첩보를 최초 입수해 내사단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청장인 최기문 한화그룹 고문이 “사건이 접수되면 잘 처리해 달라”며 청탁을 했고 홍영기 서울경찰청장과 모 경찰서장 등이 일식집에서 회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관계자들은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실을 파악하고도 수사보고서 작성을 누락시켰고, 내사 착수 보고서에 김 회장 대신 차남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폭력배와 만나 식사하고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수사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 소식을 맨 처음 들은 언론사는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 기자는 상가에서 북창동의 술집 주인한테 얘기를 들었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 기사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뒤 경찰청 출입기자실 등에 소문이 나돌았다. 기자들이취재에 들어갔지만 경찰과 한화그룹이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아 역시 기사화하지 못했다.

 

언론에 처음 보도된 건 사건 발생 한달 보름이나 지난 4월24일이었다. 연합뉴스 기자가 경찰의 첩보를 입수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문건화된 첩보는 기사화할 수 있는 증거였던 것이다.

 

보복폭행 사건 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권력과 재력, 피의자 쪽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이 중요한 까닭이다.

 

한줄의 기사가 엄청난 파장을 낳기도 한다. 한줄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기자는 몇날을 허비하기도 한다.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이나 한다고 비아냥대지만 그런 기자는 없다. 명예훼손 감이다. 기자실 없애는데 치중할 게 아니라 거짓말 하는 조직 단죄하는데 열중할 노릇이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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