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식(김제시장)
요즘의 화두는 변화와 혁신인 것 같다. 한마디로 사고와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발전은 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대원군의 쇄국정치가 아니었다면 명치유신으로 개화된 일본으로부터 강점당하는 치욕과 수탈은 없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세상은 브랜드의 가치가 치솟고 있어 명품이 판을 치고 있다. 그래서 명품을 잘 만드는 나라는 선진국이요, 일명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을 만드는 나라는 중진국, 이 짝퉁도 못 만드는 나라는 후진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뒷맛이 있어 보인다.
필자는 며칠동안 두바이, 파리, 네덜란드를 다녀온 적이 있다. 팔불출을 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수 배워 벤치 마크(Bench Mark) 하고 싶은 의욕에서였다. 그런데 현장의 모습은 소문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어서 놀라 벌려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랍에미레이트에 속한 두바이는 면적이 겨우 3,900㎢에 불과한 사막의 나라이다. 물도 나무도 없는 황량했던 모래 벌판위에 수십 층의 고층 빌딩 숲이 들어서고 그 한가운데에 807m인 세계 최고 높이의 버즈 두바이가 자랑스럽게도 한국의 삼성물산에서 건설 중이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 에 특급호텔, 고급 쇼핑센터, 요트장을 갖춘 종합 관광 레저 타운을 만드는 프로젝트, 축소판 세계 지도 모양의 인공 섬 “The World”, 세계에서 가장 긴 운하인 75㎞의 아라비아 캐널로 70만명이 살 수 있다는 “Dubai Waterfront”, 그 외에도 세계 최대의 관광 테마파크 “Dubai Land”, 정보통신 기술 산업의 허브인 “인터넷 시티”, “미디어 시티”, 세계적인 명문대학의 분교 등이 모이는 “지식마을”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의 현장이었다.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가 주로 옥스퍼드, 캠브리지 출신 20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활용하는 “세이크 모하메드” 국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어촌이었던 곳이 1967년 유전 개발에서 들어 온 오일달러를 국가 백년대계에 투자하는 지도자의 혜안으로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었다. 도로변 홍보판에 쓰여진 “We will open any door for you”라는 내용처럼 모든 투자자들에게 세금 없이 문호가 열려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역사· 문화 · 예술의 도시인 파리를 경유지로 잠시 들렀는데 하나같이 역사적 의미를 지녔고 감동적이었지만 지면을 아끼기 위해 세계적인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암스텔담으로 넘어 가고자 한다. 국토 면적이 4만여 ㎢로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데 그 중 13%는 해수면 1m 이하로, 전체 면적의 40%가 해수면과 같거나 그 이하여서 “풍차의 나라”가 된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우리의 새만금 사업과 관련 있는 32㎞의 방조제와 28㎞의 방수제의 “쥬다지” 간척지를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33㎞의 새만금 방조제 보다 1㎞ 짧지만 8년 만에 난공사를 끝냈다는 것이 16년만에 겨우 끝물막이 공사 후 아직도 보강공사를 계속하는 우리의 새만금 사업과 대조되었고, 신시도와 심포를 잇는 방수제 공사가 시급함을 실감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조반도 거른 채 달려간 Alsmeer 화훼 경매장이 축구장 200배의 웅장한 건물임에 주눅이 들었다. 실내광장을 가득 채운 엄청난 꽃들이 5개의 경매장에서 처리되어 세계 각국으로 항공 수송되는 시스템과 규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웃 일본은 참여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못하는 것이 아쉬웠고, 이러한 화물 수송을 위해 김제 공항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꽃밭으로 펼쳐진 들녘과 유리 온실의 화훼단지 방문을 통해 친환경 유기농업임과 우리처럼 연료비가 큰 부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새벽잠을 설치고 달려간 Food Valley와 Rotterdam항의 ECT 터미널을 보면서 새만금 신항이 중국, 동남아, 세계시장의 관문으로서 절실함을 느꼈다. 귀가한 지 며칠이 지났어도 5~7시간의 시차와 강행군으로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니지만 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데 다소 위로가 된다. 모방이 창작의 어머니라 했던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의미가 우물 안 개구리를 면케한다는 정보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는 이번 해외연수가 된 것 같다.
/이건식(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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