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당신은 마음이 건강하고 나는 몸이 건강하면되죠

황송해(시인)

참으로 오랜만에 당신께 편지를 써봅니다.

 

생각하면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쑥스러워 말을 못하고 밤새워 편지를 쓰던 기억은 지금도 설레이고, 깨알 같은 추억이 가슴속에 빼곡히 차지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과묵한 성품때문인지 행동으로는 보이는데, 표현하지 않아 섭섭 할 때도 많았지만, 그 추억 하나 끄집어내면 나는 평생 행복 할거라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설익은 과일을 따다 놓고 아직도 숙성 시키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이기적인 성격이나 역마살도 이해 하고 받아만 주던 당신의 얼굴은 늘 회색빛 인데, 원래 피부색이라고 생각 하고 넘기던 어느날, 당신은 혼자서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때도 난 당신 옆에 없었지요. 입원중에도 함께 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오장에 검버섯이 피는 고통을 참으면서도 아내 걱정할까봐 참았다는 당신이 고맙기보다는 오히려 밉기만 했습니다.

 

한집에 살지 않았던 연애시절 보다 얼굴 보고 대화할 시간이 더 짧아진 이유가 뭔지도 모르는 나를 아직도 끔직히 사랑한다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내 허리에 군살만큼이나 무뎌진 세월의 두께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처음입니다.

 

당신은 마음이 건강 하고 나는 몸이 건강하니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여보!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요.

 

지금 보다 더 건강한 모습 보여 주실거죠?

 

/황송해(시인)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