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숙 시인(무주보건의료원)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오늘은 눈이 부시도록 햇살이 따갑다.
숲의 향기가 상큼하여 그 향기를 온 몸으로 맡아 본다.
선경아!
융통성 없는 난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네가 여고를 졸업할 때 까지 졸업식에 가보지 못했고,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린 친구처럼 때론 자매처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살지 않았니.
어느 날 밤인가 넌 내게 울면서 엄마가 친구같이 모든 걸 털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어 참 좋다며 엄마 죽으면 누구와 상의 하느냐고, 그래서 네게 그랬지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너도 그 애와 친구처럼 지내라고 한 말 생각나니?
그렇게 항상 내 곁에서 있으리라 생각했던 너, 어느 날 개망초 씨앗처럼 낯선 땅으로 훌훌 날아가 버리더니만 그곳에서 억척스레 버티며 뿌리를 내리는 구나.
이제, 그 카나다에 오직 널위해 꽃 피고 질 그 사랑하는 사람의 풍경이 되어 살아가길 바라며 또한 한국인이라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햇살 환하게 찍고, 아홉 개를 주고도 한 개를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랑이길 바란다.
/서영숙 시인(무주보건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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