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수필가)
모니터 안에서 펼쳐지는 세상. 익명으로 대하는 세상에서는 실제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 갈 수도 있지요. 얼굴 없는 사람들 속에는 현실에서보다도 더 깊은 수렁과 고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우정이 있었으니 언니와의 만남이 아닌가 합니다. 서로의 글 속에 공통분모가 들어 있음을 느꼈고 대화방에서의 대화를 통해 현실에서는 삭히지 못한 한을 풀어내곤 했었지요. 우리 서로 수다스럽지 않은 것이 좋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어 주었던 마음이 참으로 고귀했습니다.
언니로 인해 진정한 믿음의 참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세상 살아가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여정에 올 곧게 살아 갈 수 있는 한 방법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제 삶 어느 한 구석 짓무르지 않게 고슬고슬한 바람으로 통풍 시켜 준 게지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체내에 뭔가 닮은 것이 흐르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바람에 스치고 햇볕에 닳아져 갈수록 뽀얗고 부드러워져 가는 옥양목 같은 우정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 감촉을 길게 즐기고 싶습니다.
/김재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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