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왼쪽 길/ 차나 짐은 바른 길/ 이쪽 저쪽 잘 보고/ 길을 건너 갑시다.” 중·장년 세대가 어릴 적 학교에서 질서교육을 받으며 부른 노래다. 자연적으로 ‘사람은 왼쪽, 차는 오른쪽 통행’이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힐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보행방식이 규정으로 정해진 것은 1905년 대한제국 때로 보행자와 차마(車馬)의 우측통행을 규칙으로 정했다. 그 뒤 일제하 조선총독부는 1921년 규칙을 개정하면서 통행방식을 당시 일본과 같은 좌측통행으로 변경했다. 일본의 좌측통행은 왼쪽에 칼을 찬 낭인들이 마주 오던 상대와 무기가 부딪치지 않도록 왼쪽으로 걷던 습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광복후 미 군정은 1946년 차량통행은 우측으로 바꿨지만 보행방식을 그대로 뒀고, 정부는 1961년 도로교통법을제정하면서 좌측보행을 법으로 명시했다.
현재 세계적인 관행은 사람과 자동차가 같은 방향으로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사람은 왼쪽, 자동차는 오른쪽’이다. 보행방식이 이처럼 고착돼 있다보니 현실과 인체 구조상 맞지 않아 보행질서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등산로나 계단을 비롯 벽이 있는 복도를 걸을 때가 대표적 사례다. 대부분 오른손잡이이다 보니 넘어진다든지 위기 상황때 난간이나 벽면을 붙잡는 방법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측통행을 선호한다. 또 횡단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이 원칙이다. 오른쪽으로 걸으면 달려오는 차량과 보행자간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져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회전문이나 에스컬레이터도 우측통행이 일반적이다. 반면 현재 방식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차도와 보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의 경우 차와 사람 모두 우측통행을 할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지난주 건설교통부가 현행 좌측보행이 타당한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결과가 우측보행으로의 변경이 바람직하다고 나올 경우 내년부터 범정부적 차원에서 변경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습관처럼 생활화된 제도가 갑자기 바뀔 경우 혼선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주위에는 법이나 제도가 아닌 관행과 관습, 즉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된 ‘자생적 질서’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면서 질서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법규로 강제하기 앞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강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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