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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무소유'

불교계의 원로격인 법정(法頂)스님이 지난 21일 서울 길상사에서 가진 가을 정기법회에서 공주 마곡사와 제주 관음사의 주지 선출문제와 신정아 파문을 계기로 드러난 동국대 재단이사회 스님들간의 갈등 그리고 조계종 잡음에 대해 자성의 쓴소리를 했다.

 

불교 조계종내의 분규와 갈등의 한복판에는 대부분 돈문제가 있다. 전국의 유명사찰은 관광 입장료 수입으로 재정이 넉넉하다.합천 해인사 일년 재정수입이 약 2백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사찰들이 전국에 널려있다.

 

승려들이 두둑한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탐진치(貪嗔痴) 즉 욕심내는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에서 벗어날수가 없으며 백팔번뇌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백팔번뇌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꼴이된다. 대부분 종교재단의 분규와 갈등은 신앙과는 관계없이 돈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교는 참선수행을 강조하고 무소유를 주장한다. 무소유의 첫단계는 돈을 멀리하는데 있는데 유명사찰에 돈이 넘치니 속세처럼 그럴듯한 명분을 빙자해 분규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승려들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들로부터 거꾸로 제도(濟度)를 받아야할 판이다. 법정스님이 “수행자의 겉모습을 하고서 속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불자(佛子)가 아니라 가사 입은 도둑입니다.”라고 까지 극언을 할정도로 불교계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

 

조선의 대표적 선승(禪僧)이었고 임진왜란 때에는 승병을 일으켜 왜병과 용감하게 싸웠던 서산대사(西山大師)께서 지은 “선가귀감”이라는 책에는 오늘의 우리시대를 질책하는 듯한 서문이 있다. “ 부처를 배우는 요즈음 사람들은 말을 한다고 하면 글을 잘하는 속인(俗人)들의 글귀이고 인용을 한다고 하면 속인들의 시귀절이다. 이것을 울긋불긋한 색지종이에 쓰고 아름다운 비단으로 책머리를 장식하여 지극한 보배로 삼는다. 아!, 고금에 부처를 배우는 사람들이 보배삼는 것이 어찌 이리 다른고 ? ”

 

세속을 벗어나 머리를 깍았으면 세속 욕심을 버리고 무소유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불자의 본령이거늘 돈을 보배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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